석화와 야외 노래방
자갈 깔린 마당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바베큐 그릴과 테이블을 펴 두고 옹기종기 둘러 서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석화를 구워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망이 금세 실현되었다. 알전구 아래,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인사를 했다. 그릴 위에는 가리비와 석화가 놓여 있었고 화로 안에는 밤이 구워지고 버너 위에는 가리비 넣은 라면 국물이 끓고 있었다. 겨울을 앞둔 청량한 추위에 맞서는 뜨근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기대가 막 구운 뜨거운 가리비를 먹여 주었다. 고추장, 버터, 치즈가 올라간 가리비의 달큰짭조롬한 맛에 호들갑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맛있어!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대! 어떻게 이렇게 추진력이 좋대!"
"내가 비록 P지만, 이건 내 계획이었어. 알아줘!"
칭찬에 의기양양하며 더 칭찬해달라며 웃는 기대가 귀여워서 우리는 구운 밤을 까면서, 새 맥주를 따면서, 라면 국물을 떠 먹으면서 내내 기대를 칭찬했다. 기대는 오늘치 칭찬의 최소량은 다 찬 것 같다며 즐거워 했다. 한 사람이 웃음이 새로운 웃음을 불러내고, 그렇게 커다래진 웃음 사이에서 나는 꽤 들떠 버렸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마음마저 뚝 떨어지는 날들이 빈번해 술을 떠올리곤 했는데 오늘은 구운 밤처럼 파근한 어둠. 흥청망청 취하지 않아도 이렇게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자주 누리며 새기고 싶어졌다.
그릴 옆 화롯대에 모닥불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불 주위로 모여 앉자 어야가 마시멜로를 나누어 주었다. 모두들 받아든 마시멜로를 정성 들여 구웠다. 그 모습이 한없이 귀엽게 느껴져서 흐뭇한 마음에 또 웃었다. 알전구의 전원이 꺼지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별들이 촘촘했다. 머리 위로 빼곡한 별, 담요를 둘러싼 친구들과 화롯불의 열기, 차근히 노릇해지는 마시멜로까지. 더할 나위 없는 월동 준비였다.
"노래방이다!"
감자가 오디오와 마이크를 가져오더니 먼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말수가 적고 차분한 감자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감자의 처음 보는 모습에 기쁘고 들떴다. 차근히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어서. 덕분에 나도 수줍음을 홀랑 던지고 야외 노래방에 참여했다. 감자와 듀엣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발라드와 댄스곡을 오가는 선곡. 그러다 이문세 노래가 시작되자 모두들 감탄을 내뱉곤 너도나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들 완주에 와서 함께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계절에만 가능한 즐거움을 한껏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고요한 어둠에 오롯한 우리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친구, 동료들을 떠올렸다. 추운 긴 밤에 찾아노는 우울과 슬픔에 번번이 지고 마는 이들. 각자의 형편 속에서 최대한의 사치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함께 불가에 둘러 앉아 이런 풍경을 보고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 나는 감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꺼내어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