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준비하는 마음

대체 왜 책방인가

by 은도

책방 창업을 앞두고 책방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 보았다. 동네 책방의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현실을 짚어주며 각자의 생존 전략을 알리는 책들 읽으며 나는 왜 이렇게 책방을 하고 싶어 할까? 되묻게 되었다. 책방 주인 마저 책방을 내지 말라고 말하고, 부업으로 책방에 접근하라고 하는데. 어쩌면 실패가 예정된 시도를 왜 이렇게까지 하고 싶어하는 걸까.


Q. 그럼에도 팍팍한 책방지기의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뭐야?

A. 책 읽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전파하고 싶어. 책을 권하고 추천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으로 공명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함께 하는 동료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


Q.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데?

A. 누구도 조롱받지 않는 세상.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 무언가가 좋다는 감각, 그렇기에 그걸 누리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무엇을 원할 때, 무엇을 좋아할 때, 조롱받거나 폄하당하고 모욕당하곤 해. 내가 느끼는 것이 존중받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자신을 지우고 희미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나인 채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Q. 그런 세상을 위해 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책이 무엇을 줘?

A. 책은 보잘 것 없는 내게도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거든. 어렴풋한 감정과 생각이 누군가의 적확한 표현 혹은 아름다운 표현으로 선명해지거든. 내가 느끼는 것들이 아주 사소하고 이상하고 못미덥고 후지게 느껴도, 그게 나의 것이란 걸, 내가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 내 삶의 순간이라는 걸 믿게 도와주거든. 그래서 살아 있어서 느끼는 것들을 겸허하게 만들어주거든. 이런 나로도 살아보고 싶게 만들거든.

책은 그렇게 사랑을 충전시키고 더 넓은 사랑의 가능성을 알게 해줘. 이런 나로도 괜찮게 살아보고 싶어지면 주변을 돌아보게 되잖아. 지금 이곳이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되길 바라게 될 때, 내가 모른 채로 저질렀던 무례, 내가 공모하는 폭력을 간과하지 않고 더 세심해지고 싶어져. 나를 향한 소중함이 세상을 향한 소중함이 되거든.


책방은 내게 책으로 쌓은 안전지대이자 평화지대 같다. 책으로 연결된 이들이 응원과 지지를 주고받는 공간, 자신을 믿으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공간. 읽고, 때때로 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책 읽는 재미와 든든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곳. 써놓고 보니 책방은 내게 어마어마한 꿈의 공간이었다.


요즘은 책방 준비보다 하고 싶은 일로 연결될 수 있는 씨앗들을 뿌리며 나를 어필해 나가는 중이다. 씨앗을 되도록 많이 뿌려야겠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건 아무래도 책방만으로는 밥벌이를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책방의 적자가 책방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믿는다던 한강 작가처럼, 내게도 책방은 내가 다른 일로 돈을 벌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공간이다. 그러니 가장 은도가 책방지기 은도를 위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하므로 일단은 열심히 다른 밥벌이의 씨앗들을 뿌린다.



tempImageLNnSxR.heic 최근에 방문했던 아름다운 책방 <러브 앤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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