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팔 줄은 몰랐지

귀촌하니 붕어빵도 팝니다

by 은도

마늘장아찌를 먹지 않는 내가 구태여 마늘장아찌 모임에 나간 건 노랑집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노랑집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귀촌 청년 커뮤니티 공간으로, 스무 명 넘는 멤버들이 속해 있다. 그동안 지역 재생 세미나, 음악 공연과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운동회 등 각종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멤버들을 한 자리에 모았던 노랑집이 올여름에 운영을 종료한다.


올 초에는 주말마다 시장에서 붕어빵을 팔았다. 노랑집 덕분이었다. “겨울에 여기서 붕어빵 팔면 재미있을 것 같아.” 함께 모인 자리에서 수다를 떨다가 계획 없이 던진 말이었다. 곁에 앉아 있던 귀촌 10년 차 선배 배블리가 “팔고 싶어? 팔래?” 하고 되물었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팔고 싶다고 답하자 배블리가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들이 “또 뭐 하고 싶은데? 일단 던져 봐.” 하고 말하며 부추겼다. 나는 어리벙벙하게 되물었다. “나,한마디 했는데?” “정말 파는 건가?” “이렇게? 바로? 진짜?”


아빠는 딸이 붕어빵 판다는 소식을 듣곤 “붕어빵 팔라고 4년제 보낸 거 아닌데…” 하고 놀렸다. 나도 “아빠, 친구는 석사 졸업했어.” 하고 농담으로 응수하며 키득거렸다. 붕어빵이라니, 어처구니없고 귀여워. 노랑집에서 소소하게 팔려던 계획은 친구 셋이 뭉쳐 본격적인 장사가 되었다. 주말마다 고산 면의 미소 시장으로 나가 천막을 치고 현수막을 달았다. 우리의 붕어빵 장사는 한파에도,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여행객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젊은 친구들이 어쩌다 여기에서 붕어빵을 팔아요. 이렇게 팔아서 돈 남아요?” 친구 기대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사랑이 남죠.” 기대는 수완이 좋았다. 붕어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에게 완주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뭐 드셨어요?” “완주 자주 오세요?” “근처에 어탕 맛집 있는데 거기 가 보셨어요?” 호기심을 드러내었던 이들은 “뭘 해도 될 친구들이네. 좋아 보여요.” 하고 응원하며 돌아갔다. 매년 겨울이 되면 적막하고 황량한 완주를 버티기 어려워했던 기대는 장사가 끝나면 매번 아쉬워했다. “여긴 내 무대야. 집 가면 갑자기 공허해… 집에 돌아가면 시상식 끝난 배우가 된 기분이야..” 하고.


붕어빵 장사는 2월 마지막 주말에 끝이 났다. 우리는 남은 돈으로 고산 고등학교 입학식에 붕어빵 나눔을 했다. 몇 시간 동안 붕어빵을 구운 후 봉투마다 손으로 쓴 쪽지를 붙였다. “올겨울에 또 만나요. 이 쪽지를 가져오면 붕어빵 무료로 줄게요.” 강당에 모인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잘 먹겠다고 인사하는 영상을 답으로 받았다. 뭐지… 왜 이렇게 뿌듯하지… 이전에 일을 할 때에 나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 1로,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고 결과물도 내가 해낸 일이라기보다 회사가 해낸 일로 여겨졌기에 보람이 이토록 선명하게 만져지진 않았다. 우리가 도모한 작은 일이 동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반응을 볼 수 있는 경험은 각별했다. 재미로 시작한 붕어빵 장사에 금세 단골들이 생겼고, 예약 주문을 하는 예상보다 뜨거운 호응에 신이 난 우리는 지역 축제에 딸기 붕어빵을 팔자고 의기투합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소한 작당 모의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친구들과 즐거운 일들을 벌이며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붕어빵을 팔게 될 줄 몰랐고 마늘장아찌를 직접 담그게 될 줄 몰랐다. 청년 이장단에 들어가게 될 줄 몰랐고 청년 공동체 대표가 될 줄 몰랐으며 책을 내고 북 토크를 하게 될 줄도 몰랐다. ‘내가 이런 것도 한다고?’ 놀라는 일은 나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회복시킨다. 그 호기심이 나를 바깥으로, 사람들 사이로 가게 한다. 아직 내가 모르는 내가 많다. 그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노랑집은 이제 문을 닫지만 우리는 또 재미나고 엉뚱한 구실을 만들어 모일 것이다. 다가오는 기회를 덥석 받고, 덥석 잡으며. 그러고 보면 완주는 ‘덥석’과 어울리는 곳이다. 어떻게 어울리냐면… 와 봐야 안다. 덥석 잡혀 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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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팔기 /삼례 딸기 축제용 딸기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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