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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Feb 19. 2022

독서지도사, 고상한 부업이 아니야

초보 독서지도사 시련을 만나다


독서지도교사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교육 강사에 지나지 않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서 주변 애들을 조금 모아 가르치는 고상한 부업이 아니다. 자투리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어 아이도 키우고 용돈, 생활비도 벌어볼까 싶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작한다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초보 독서지도사가 맞는 시련은 생각보다 무겁다


나 역시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니 아이들도 잘 돌볼 수 있고 내 일도 하게 될 것이라는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양가 부모님들이 사정상 아이들을 봐주실 수 없기에 나는 온전히 일을 하면서도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자마자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차 싶었던 것은 독서 지도를 시작하게 되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주로 하게 되는데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해야 내 일이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일을 시작할 당시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녔기 때문에 그나마 저녁 5~6시까지 나름 걱정 없이 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에 입학을 하고 보니 아이들이 하교를 하게 되면 나는 일을 하러 나가야 되는 것이었다.


오전에 잠깐 아이들을 챙기면 나는 저녁이 훨씬 지나서야 들어오니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가 되었다. 사정이 이러니 회사 다니는 워킹맘과 다를 게 없다. 할 수 없이 학원을 가게 해야 했다.

그런데 수입면에서 보자면 출근하는 엄마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초보이다 보니 많은 학생을 가르치지 못했고 요령도 없다 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업도 학부모 상담도 자신 없고 잘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아 속이 터졌고 어떻게 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독서 교육을 시켜 보겠다고 야심 차게 딴 자격증에다 교육이었지만 내 아이에게 적용해볼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밤늦게 집에 와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애들 저녁을 차리고 치우고 숙제를 챙겨주고 나면 잘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쉴 수가 없었다. 내일 수업 준비를 위해 책을 읽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했고 학부모에게 수업 피드백을 문자로 전화로 돌려야 하루가 끝이 났다.

집안 살림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폭탄 맞은 집처럼 엉망진창이 되었다.


어느 날 밤 홀로 부엌 식탁에서 내일 수업 준비를 하면서 널브러진 거실을 보게 되었다. 내 꼴이 갑자기 우스웠다. 무엇을 위해 나는 이러고 있는가. 아이들? 가정 경제? 내 성장?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모습에 이게 맞는 걸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그때 그만두지 않길 참 잘했다. 그때 그냥 우리 집 아이들이나 잘 돌보자 하면서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을 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교사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단지 누군가가 이런 현실을 말해주지 않아 경험해보지 않고는 몰랐을 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린 시련은 무겁고 힘들지만 이겨내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가 먼저 말을 해줬더라면 나는 좀 더 버티기 쉬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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