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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Feb 27. 2022

내 편인 듯 내 편 아닌 내 편 같은 남편

경력단절 여성 다시 일하기 전 남편과 업무 분장

처음 내가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을 때

남편의 반응은 싸늘했다.


신문에서 봤던 광고를 들이밀어 보았지만 혹시 다단계 같은 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당연히 남편 주변에서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회사도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다.


그러니 혹시 사기당하는 거 아닌지 잘 보고 하든지 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내 사기를 꺾었다.

하지만 절실함이 필요했던 나는 우선 자격증부터 한번 따보고 이야기하자라며 공부부터 시작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도 순조롭게 땄고 이제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다시 한번 고비가 왔다.


애들은 어리고 (당시 첫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고 이제 막 둘째를 아파트 어린이집에 입소시킨 후였다) 아직 엄마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두고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남편은 걱정부터 했다.


독서지도사 일을 시작하겠다는 나에게 '그럼 애들은?'부터 나오는 남편의 입

'어린이집에서 잘 돌보아 줄 것이며 나는 오후 몇 시간만 일하면 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남편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얼마나 벌 수 있는데? 그 정도 돈을 벌거면 집에서 우리 아이들이나 잘 돌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라는 속마음을

'아이들 돌보면서 일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할 것 같다'라는 말로 포장하며 에둘러 이야기를 했다.


무척이나 서운했었다.

나는 그저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집에서 노는 취급을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살림으로는 아무런 보람도 가치도 느끼지 못했었다.

내 일을 뭔가는 하나쯤 갖고 싶었을 뿐이다.


남편은 그 어느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닥칠 가정의 무게만을 걱정했다.

내가 일을 하니 당연히 집안 일도 지금보다 더 맡아서 해야 한다는 부담. 아이들도 좀 더 케어해줘야 한다는 부담.


회사에서 고되게 일을 하고 편히 쉬어야 할 집에서 아이들을 보고 집안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것은 남편에게는 무척 싫었을 거란 걸 나는 이제 와서 이해를 하게 되었지만 당시에 그런 남편의 태도는 참으로 기운이 빠지는 일이었다.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자존심 상하지만 남편의 협조가 무엇보다 꼭 필요하다. 일도 하면서 육아와 집안 살림까지 잘하는 슈퍼맘은 이 세상에 없다.

엄마가 일을 하게 되면 어디서든 구멍이 생긴다.

그 구멍을 메꿔 줄 사람은 물론 친정 식구나 시댁 식구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이 지지가 없다면 나는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내 편에 있어야 할 사람에게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일을 시작했더라도 지속하기에 힘든 조건이다.


일을 시작하고 나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초보이니 수업을 하는 것도 벌어들이는 수입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일하면서 저녁에 애들도 챙기려니 몸은 몸대로 힘들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남편은

'거봐라 누가 일을 하라고 했느냐 너무 힘들면 그만두어라' 물론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뒤로 힘들어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고 힘든 내색을 남편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정말 그만두었더라면 남편과의 관계는 나빠졌을 것이다. 남편을 많이 원망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하는 것을 영영 포기했을는지도 모른다.


꿋꿋하게 버텨냈고 그 결과 남편의 지지도 얻어낼 수 있었다. 이제는 그만둔다고 하면 아마 남편은 펄쩍 뛸 것이다.

내가 버는 수입은 아직 적지만 그에게도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행복해졌고 엄마의 행복은 가정생활에도 도움을 주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있다.

아이들도 조금 크니 남편 혼자서도 수월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즐거워했다.


나와 같은 고민으로 경력 단절을 끊고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편과의 업무 분장이다.


남편과 오래 상의를 하고 지지를 얻어 내고 하지 못하는 일들을 나누고 함께 하자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당신과 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것임을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해 오랜 시간 혼자 끙끙 앓았던 지난날의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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