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울지 않았다 | 25.7.19
https://www.netflix.com/kr/title/81985167
작년 여름쯤에 개봉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 딸이랑 가면 아빠가 울고 나오는 영화라는 밈이 돌아서 알고 있었다. 그 때 팀 플젝하던 사람들이랑(모두 어엿한 성인) 언제 한 번 같이 보러 가자고 서로 드립만 치다가 결국 못 봤는데 작년 말엔가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바로 찜 목록에 넣어뒀다.
티니핑에 대한 정보라면 대충 컨셉 하나 잡고 접미사로 핑을 붙이면 캐릭터가 하나 만들어진다라는 것과 그렇게 찍어낸 티니핑이 오만오천 종이라는 것 정도였는데 잘 모르더라도 그냥 보면서 깨우치자는 마인드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하츄핑' 얘 하나만 알면 내용 따라가는 건 지장이 없다.
뮤지컬 영화라는 걸 모르고 봤는데 중간에 윈터가 부른 나만의 작고작은 티니핑인가 그 노래도 나와서 반가웠다. 뮤지컬에 이상한 반감이 있어서 라라랜드도 노래 부르기 시작하면 넘겨서 봤는데 이 작품 역시 노래는 다 넘기면서 봐가지고 할 말이 없다...
내용은 대충 이모션 왕국의 영애 로미 양이 자신의 짝꿍 티니핑을 찾아 떠나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로미 양은 열살을 맞이하여 새로운 짝꿍 티니핑을 들이게 되었는데 로미 아빠(왕)가 여기저기서 진귀한 티니핑을 잡아 바쳐도 시큰둥할 따름이다. 상심에 빠져 성 안을 배회하던 중 로미는 우연히 책장에서 티니핑 도감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SS급 티니핑인 하츄핑을 보고는 금새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보게 된 이상 구찌고 디올이고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로미는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하츄핑을 구해 달라고 생떼를 부리지만 이걸 어쩌나, 하츄핑이 살고 있는 숲에 가려면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는 라미엔느 성을 지나야 한다. 국왕 내외는 다른 녀석을 구해다 주겠다며 로미를 구슬러 보지만 로미는 이미 하츄핑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갖은 떼를 써 봐도 부모의 태도가 완강하자 로미는 직접 잡아오겠다며 모두가 잠든 사이 가출을 감행한다.
여차저차 라미엔느 성으로 가는데 성공하는 로미. 라미엔느 성 주변엔 저주에 걸린 티니핑이 거인화가 되어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로미는 그런 거 모르겠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다 큰 위험에 처하는데 죽기 직전 리암왕자라는 말-인간 모프 캐릭이 나타나 고비를 넘긴다. 로미는 또 마리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함께 하츄핑 수색대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강도 높은 행군 끝에 로미 수색대는 하츄핑을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하츄핑을 마주한 로미는 조심스럽게 하츄핑에게 구애의 손길을 건네지만 하츄핑은 겁을 먹은 듯 집으로 빠르게 도망가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하츄핑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하츄핑은 다행히 거인화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트러핑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트러핑은 라미엔느 성 일대를 작살낸 바로 그 괴물로 하츄핑에게 인간과 어울리면 거인화를 시켜버리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해 왔다. 하지만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 했던가. 하츄핑은 매일같이 자신을 찾아오는 로미의 진심에 감동해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편 트러핑은 하츄핑의 배신을 전해듣고 격노한다.
세상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날씨가 험상궂어지더니 별안간 나타난 괴물이 로미와 하츄핑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괴물은 하츄핑을 눈 깜짝할 사이에 납치해 가고 로미 역시 큰 위험에 처한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리암 왕자의 도움으로 로미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혼수상태에 빠진 로미의 옆에서 리암 왕자는 괴물이 되기 전 트러핑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리암 왕자의 짝꿍 티니핑이었던 트러핑은 트러핑을 탐탁치 않아 했던 왕가의 모략으로 왕자 몰래 길바닥에 내버려진다. 길바닥에서 오매불망 왕자를 기다리던 트러핑은 끝내 왕자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고 괴물폼을 해제한 후 성을 풍비박산 내버린다. 이 소식을 주워들은 왕자는 한시 바삐 성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돌덩이가 되어버린 사람들과 이를 갈고 있던 트러핑이었다. 그렇게 왕자는 말로 폼 전환을 할 수 있는 저주(사실상 버프)를 얻게 된다.
왕자는 로미와 하츄핑이 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유는 딱히 없는데 그냥 한 번 시켜보고 싶었던 듯 하다. 그렇게 왕자는 하츄핑이 갖혀 있는, 그리고 트러핑이 이를 갈고 있는 라미엔느 성 안으로 로미를 데려다 주고 자신은 돌이 되어버린다.
영혼까지 짜내 싸우는 로하 듀오지만 괴물폼 트러핑의 적수가 되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그러던 와중 무너지는 잔해로부터 하츄핑을 보호하려던 로미가 그만 숨을 거두게 된다. 하츄핑은 이에 로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데 하늘이 응답한 것인지 아니면 하츄핑의 눈물에 사람을 되살리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로미가 극적으로 다시 깨어난다. 믿기 힘든 활부쇼에 트러핑이 주춤한 틈을 타 하츄핑은 사람과 티니핑이 진심으로 통하면 놀라운 마법이 일어난다는 할머니의 콤팩트를 발동시키고 끝내 궁극기를 해제한다.
궁극기를 맞고 저주가 풀려 노멀폼으로 돌아온 트러핑 앞에 보이는 것은 로미와 하츄핑의 진실된 사랑이다. 트러핑은 리암을 떠올린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가. 인간과 티니핑은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사랑의 끝은 배신 뿐이라고 믿었는데 내가 결국 틀렸다는 말인가. 깊은 회한에 빠져드려는 순간, 트러핑의 눈 앞에 리암이 나타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제목답게 영화는 사랑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산속에 칩거하던 티니핑을 깨워낸 것도 사랑, 괴물을 다시 티니핑으로 되돌려낸 것도 사랑. 그렇게 나는 또 사랑이 결론인 작품을 보게 되었다. 이쯤 멋있는 시구나 철학자의 명언을 인용해서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구력이 부족하다.
애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애스럽지도, 유치하지도 않아서 성인들이 보기에 크게 거북스럽지 않다. 일본 애니 극장판처럼 배경지식이 중요하지도 않아서 동심 충전하고 싶을 때 한 번씩 봐주면 좋을 듯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