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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 May 08. 2020

동그라미 세상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구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된 유기체이다.


심장을 중심으로 흐르는 혈관이 머리끝과 손끝, 발끝까지 하나로 흐르는 것처럼, 생태계 안에서 서로의 생존이 하나의 맥으로 관통하여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을 인간 편의로 조작하고 강제해서 벌어진 바이러스의 역습에 세상이 초토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생명의 연속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훼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경쟁적인 자본의 축적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파괴적인 문명의 질주는 궤도에서 한참을 이탈했다. 그 결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은 물론, 각종 공해와 환경호르몬, 미세 플라스틱 문제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 각종 재난으로 우리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귀염둥이 아기공룡 둘리는 현실에서는 빙하 타고 우리 곁에 와주지 않는다.



종말적 공포 안에서 왜소하게 떨고 있던 중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젊은 시절 아마존의 밀림 마을 '엘 이딜리오'에 이주해서 원주민 수아르족의 지혜를 배우며 살아온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이야기이다.

미국의 개발의 손길이 아마존 밀림에까지 뻗치면서 원주민인 수아르족과 동물들은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점차 잃어가며 더 척박한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밀림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개발자들은 아마존의 생명들에게 잔인하고 무례한 횡포와 약탈을 범한다. 그들로부터 새끼들을 살해당한 암 살쾡이의 침입자에 대한 맹렬한 역습은 지금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이러스와 환경오염의 재해를 연상케 한다.

욕심에 눈먼 인간은 아마존 밀림의 소중함을 모르고, 밀림 안에서 지혜로운 원주민은 인간 문명에 대해 무지하다. 양쪽 극단 문명의 타협되지 않는 간극에 있는 노인은 개발자들의 횡포로 불거진 공포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노인은 글자를 쓸 줄도 모르고, 겨우 더듬어 읽을 줄 만 안다.  그런 그에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인간의 폭력과 희생의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 유일한 안식처다.


밀림의 오두막에서 도심으로부터 어렵사리 구한 연애소설을 더듬더듬 읽고 있는 원주민 행색의 반나 노인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솟는다.

새끼들의 생명을 유린한 인간을 향한 살쾡이의 반격은 살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향한 것이었다. 모든 생명은 생존을 구걸하는 것이 아닌, 마땅하고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삶과 죽음 앞에 하찮은 생명은 어디에도 없다.

 여행을 통해 직접 겪은 체험을 이야기로 엮은 저자의 소설은 그래서인지 마치 아마존 정글에서 갓 따온 싱싱한 열매를 보는 것처럼 신비롭고 낯설다. 밀림의 동물과 나무들, 햇빛, 무지개와 밀림 속 낮과 밤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지듯 생동감이 넘친다.


노인이 원주민들에게 들려주는 책 속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베네치아'라는 도시를 멋대로 엉뚱하게 상상하듯, 나는 저자의 밀림 이야기를 읽으며 내 멋대로 밀림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서로에게 낯선 세상 저쪽과 이쪽의 끝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코스모스에 이를 수 있음을 느낀다.




 지금 우리 생명에 반하는 문명의 참혹한 결과를 모두 함께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정직한 노력이 세상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음 또한 함께 지켜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 생명 지킴의 진원지는 부자나라, 살기 좋은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임에 스스로 놀라는 중이다. 새로운 가치의 씨앗을 우리 손으로 심고, 선한 진보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가 그 길을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만적이고 볼품없는 물질적 가치의 시대가 저물고,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새로운 시대의 탄생으로 더 아름답고 멋진 세상을 그려본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우리로부터.

훗날 세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의 시원은 동쪽의 작고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이었다.’라고.
우리가 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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