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가신 날 밤새 내린 봄비는
경비직 노동자 죽음에 부침
님 가신 날
밤새 내린 봄비는
떠들썩한 세상에
눈물로 통증으로
잠든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늙은 경비직 노동자는
매음한 영혼의 검은 폭력에
뒷걸음으로 떠밀린
세상 끝 벼랑에서
긴 세월 툭 불거진 당신 무릎
차마 꺾을 수 없어
한 줄기 바람으로 날아올랐다.
노인이 떠난 자리에
말간 거울 하나 남겨졌다.
부신 눈으로 거기 맺힌 검은 영혼
우리 모습 마주한 지금
보이는가?
태초의 자유로운 영혼
부와 권력에 팔아
검어진 자화상이
아파트 투기에
상속된 유산에
꼭대기 향한 천박한 지식에
힘없는 노동자의 값싼 노동 위에
맨 입으로 올라타
칼춤 추는 망나니 되어
날뛰며 휘두르는
폭력의 검은손. 우리.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우리를 둘러싼 그 무엇도
검은 물 들지 않은 건 없다.
다만 투명한 한 줄기 바람
봄날 쏟아진 빗방울 만이
오늘 우리를 뒤흔들고 적신다.
탐욕 앞에 납작 엎드린 우리
천박한 노예의 자화상
검은 눈물 흘리며 검은손 모으려거든
님 떠나간 자리 얼씬도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