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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Apr 17. 2023

한우라도 스지는 공짜




어느 날 집 근처 마트의 정육 코너를 지나는데 

‘한우 스지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

는 문구가 냉장고 위에 붙어져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려다봤더니 일회용 팩에 소분된 스지가 냉장고 한 켠에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 두 팩 중 한 팩을 장바구니에 넣고 오랜만에 스지를 요리 할 생각으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몇 년 전 스지가 먹고 싶어서 정육점에 가 3천원치를 구매한 후로는 스지를 요리해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생겨난 스지에 뭘 해먹까 한참을 고민하다 집에 있는 메추리알과 함께 장조림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스지는 물에 담궈 핏물을 제거하고 그 후에 통후추와 마늘, 파뿌리를 넣어 끓인 물에 한 번 더 삶아준 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용하는데 그러면 스지 특유의 잡내를 피할 수 있다. 스지와 메추리알을 간장과 설탕, 그리고 약간의 생강즙을 넣어 만든 소스와 함께 물에 넣고 오래 끓여주면 스지 특유의 식감을 살리면서 달콤짭쪼름한 장조림이 완성되는데, 먹기 직전에 그릇에 덜어 한 번 더 열을 더해주면 굳어있던 스지가 녹으면서 원래의 말캉 쫄깃한 식감을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된다.

스지는 소의 힘줄인데 일본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어 그대로 스지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양하게 조리되어 활용되기 때문에 익숙한 식재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곰탕이나 도가니탕에 주로 들어가고 그 외에는 잘 먹지 않는 부위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구하기 힘든 뿐더러 마트나 정육점에서도 싼값에 팔거나 우리집 근처 마트처럼 공짜로 나누는 걸로 소진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식감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실 스지는 곰탕이나 도가니탕 말고도 일본처럼 어묵탕에 넣어먹거나 얼큰하게 끓인 잡탕에 넣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부위다. 간장 양념이나 매콤한 양념에도 곧잘 어울리기 때문에 구이만 아니라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구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구이로 먹기 힘든 부위들에 대한 흥미가 별로 높지 못한 편인데 그러다 보니 단지 인기가 많은 부위를 얻기 위한 도축이 늘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집에서 직접 돌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축이 아닌 마트에서 부위 별로 나누어진 고기로만 동물들을 접하다 보니 우리가 먹는 육류들이 한때는 생명체였다는 걸 망각하고 지낼 때가 있는 거 같다. 육식을 줄이기는 못하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다양한 부위를 섭취해서 한 생명의 희생에 어느 한 부분도 그냥 버려지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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