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조개 먹을 일이 잦았다. 원래 조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조개가 들어간 샤브샤브를 먹고 어쩌다보니 조개가 가득 들어간 칼국수도 먹게 됐다. 그리고 조개구이도 먹고 또 다시 조개 칼국수를 먹다보니 여러 종류의 조개 중 한 종류의 조개에 입이 반해버렸다.
조개 살을 씹으면 물총을 쏘는 것처럼 물이 ‘찍’하고 나온다해서 물총조개라고 부르는 동죽조개는 다른 조개에 비해 살이 부드러워 푹 익혀 먹어도 식감이 질기지 않다. 조개향도 강하지 않는 편이라서 조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거부감이 적고 바지락에 비해 살도 통통해 조갯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있다.
평소 조개는 식감 때문에 가려 먹는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동죽조개는 질긴 식감의 조개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개였다. 며칠 째 조개요리들을 실컷 즐기고 왔음에도 동죽조개의 맛은 자꾸만 생각이 나서 결국 인터넷을 뒤져 동죽조개를 주문해봤는데 더운 날씨에도 죽은 조개 하나 없이 싱싱한 모습으로 해감까지 되어 도착했다. 5키로를 시켜도 금세 먹는다는 리뷰를 믿고 나도 덩달아 5키로를 주문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양이 어마어마해서 처음에는 덜컥 겁이 났다. 그래도 절반 정도를 냉장고에 넣고 남은 조개는 판매자가 알려준 대로 추가 해감을 한 후 그대로 냄비에 넣고 팔팔 끓였는데 뚜껑을 열자 시원한 조개육수의 냄새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 옮겨담은 조개는 초장과 고추냉이 푼 간장에 찍어 먹고 남은 국물에는 칼국수를 끓여 먹는데 육수의 심심한 맛은 다른 소스를 가미하는 것보다 소금과 후추 만으로 하는 편이 더 깔끔하고 좋았다. 얼큰한 맛은 고추가루 대신 땡초로 맛을 내어 덕분에 입 안이 적당히 얼얼해 지는 것이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조개탕과 칼국수에 크게 만족하여 다음 날에도 똑같이 남은 조개들을 해감하여 탕을 끓이고 칼국수를 해 먹었는데 5키로를 금방 먹을 수 있다는 리뷰들의 말처럼 나도 딱 두 번 만에 조개들을 다 해치우게 됐다. 바질페스토에 버무려 먹거나 파스타를 해 먹을 생각도 있었는데 조개탕으로 다 소진해 버리게 되어 아쉬움이 남지만 조만간 다시 조개를 주문해서 이번에는 다른 조리 방법으로 동죽조개를 즐겨보기로 했다.
요즘 날씨 탓에 조개를 먹기가 조금 꺼려지기도 한데 싱싱한 조개를 사용하고 조개를 익힐 때 입을 벌린 직후에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입을 벌리고도 한참(넉넉하게 5분 정도)을 더 익혀주는 편이 안전하다고 한다. 다른 조개들은 오래 익히면 질겨지거나 퍼석해지기도 한데 동죽조개는 오래 익혀도 부드러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