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중 잘 먹지 않는 아이의 입맛에 맞는 식단을 짜는 것은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한식 식단보단 간편식을 즐기는 엄마에게 영향을 받아 집에서는 좀처럼 평범한 식사를 하지 않는 아이는 그나마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는 편이었다. 어린이집에 가는 동안만큼은 그래도 별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지만 아이의 가정 보육이 길어지자 아이의 영양섭취에 신경이 쓰였다.
오로지 김에 싼 밥과 면 요리만 찾는 아이를 위해 긴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은 바로 파스타. 집에 있는 여러 요리책 대신 타카기 나오코의 <식탐 만세>에 나오는 레시피 중 하나를 참고해 버섯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쉽고 맛이 좋아 나도, 아이도 일주일에 세 번은 만들어 먹었다. 간편한 요리를 좋아하는 작가가 일주일 내내 만들어 먹었다는 버섯 파스타는 버섯과 레몬이 들어가 식감도 좋고 상큼하면서도 적당히 간이 되어 점심에 먹기에 좋은 파스타였다. 이 파스타를 만들 때 주로 면은 일반 스파게티를 사용했는데 버섯은 책에 나온 대로 표고버섯이나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집에 있는 아무 버섯이나 사용할 수 있어 냉장고 정리에도 용이했다.
그러다 밀가루 과잉 섭취가 걱정이 될 즘에는 통밀 푸시리를 사용했다. 밀가루 파스타에 비해 거친 식감 때문에 원래는 아이도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건강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통밀 파스타에 적당한 레시피를 고민하다 결국 아이가 안 먹으면 나라도 맛있게 먹자 하여 초리조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초리조와 올리브가 (채소도 조금) 들어간 햄을 같이 넣어 조리했더니 매운맛이 줄어들어 아이도 곧잘 먹어주었다. 그리고 토마토소스 대신 오일을 넣어 만들었더니 거친 식감도 덜 느껴져서 토마토 파스타로 만들어 먹었던 예전보다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파스타에 질려갈 무렵에는 동물 모양으로 된 유기농 파스타를 써보기도 했다. 한창 동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이에게 동물 파스타는 식사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좋은 재료였다. 소스가 잘 묻어나는 특징을 살려 온갖 채소를 넣고 푹 끓여 토마토소스를 만들어 삶은 파스타 위에 부어주었더니 역시나 재미있어하며 잘 먹어 주어 기분이 좋았다.
동물 파스타에도 질려버릴 즘이면 파스타 대신 통밀 빵이나 쌀로 만든 빵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채소와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끓인 수프에 고소한 빵을 찍어 먹는 걸 아이도 좋아해 줄까. 이왕이면 파스타에 질리기 전에 가정 보육이 끝나 다시 어린이집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손잡고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하고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으며 가을바람을 맞게 될 날이 얼른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