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잎 공주 이야기 1화

유치원 졸업식

by 으네제인장

엄마 앞에 앉아 머리를 묶고 있는 꽃잎 공주의 표정에는 어딘가 불만이 많아 보여요.

오늘은 유치원 졸업식.

선생님이 정해준 머리를 하고 친구들과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하는 날이에요.

거울 속에는 빗으로 가지런히 빗질을 하여 뒤로 넘긴 머리가 단정하게 하나로 묶여 있어요.

"하나도 안 예뻐. 남자 같아."

꽃잎 공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쭉 내민 채 말했어요.

잔뜩 볼록해진 꽃잎 공주의 볼을 쓰다듬으며 엄마는 "하나도 남자 같지 않아. 그리고 여자도 짧은 머리를 한단다." 하고 말하며 하나로 묶여 뒤로 늘어져 있던 머리끝을 어깨 앞으로 넘겨주어요.

엄마가 발라준 크림 때문에 머리가 반짝거려서 꽃잎 공주 눈에는 마치 자신이 대머리가 된 것처럼 보여요.

"아이, 불편해!"

괜히 어깨 앞으로 내려와 있던 머리를 뒤로 휙 넘겨버려요.

늘 입던 분홍색이나 무지개색 드레스 대신 오늘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치마를 입어요. 하얀색 스타킹을 신고 검은 구두까지 신고 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흰색이 반복되어 꽃잎공주는 마치 얼룩말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싫어. 못생긴 얼룩말이 된 것 같아!"



꽃잎공주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졸업식이 있을 행사장으로 향해요. 그곳에는 이미 선생님과 친구들이 와있어요. 친구를 보고 반가워진 꽃잎공주는 "이히힝"소리를 내며 친구들에게 달려가요. 말이 일어선 것처럼 두 손을 위로 들고 휘적거리며 폴짝 거리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모두 "와하하"하고 웃어요.

꽃잎공주는 자기처럼 흰색과 검은색 옷을 입어 얼룩말 같은 친구들을 보고 덩달아 "와하하" 웃어요.




졸업식이 시작되고 선생님의 인사말에 이어 친구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갈 시간이에요. 운동을 잘하는 친구, 정리를 잘하는 친구,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에 이어 꽃잎공주 차례가 왔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꽃잎공주는 선생님이 졸업장에 써준 글자를 보며 쑥스러움에 볼이 발개져요. 졸업장을 받고 모두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순간에는 아까처럼 말 흉내를 해며 "이히힝"소리를 내어요. 볼이 더 빨개져서 이제는 빨간 얼룩말이 됐어요.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 선생님과 사진을 찍을 시간이에요. 그동안 꽃잎공주를 보살펴준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한동안 함께 어울려 놀았던 친구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어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자 친구들도 덩달아 울기 시작해요. 꽃잎공주는 유치원을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눈물을 꾹 참아요. 그런 공주를 보고 엄마가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어요.

행사장에서 나와 차를 타러 가는 길. 꽃잎공주는 마지막까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요. 차에 탄 후에도 창문을 열고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요.


"잘 가!"


지금 헤어지는 친구들 중에는 앞으로 영영 만나지 못할 친구들도 있어요.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은 아쉽지만 그래도 꽃잎공주는 아주 슬프지만은 않아요. 왜냐하면 이제 집에 가서 이 못생긴 얼룩말 옷을 벗을 수 있으니까요.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