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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공주 이야기 2화

짧은 봄방학

by 으네제인장

잠을 자던 꽃잎 공주가 창문에서 들어온 햇살에 슬그머니 눈을 떠요.

"아이, 눈부셔."

꽃잎 공주는 햇볕을 피해 얼굴을 이불속으로 감춰요. 그러나 꽃잎 공주를 따라온 햇살에 이불 안이 온통 노란빛으로 환해요.

"에잇."

꽃잎공주는 자꾸 자기만 쫓아오는 햇살에 못 이긴 척 몸을 벌떡 일으켜요. 그리고 소리치죠.


"엄마! 배고파!"



식탁 위에 차려진 밥을 깨끗이 다 먹은 꽃잎 공주는 얼른 의자에서 내려와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해요.

"꽃잎 공주 외투랑 목도리 챙겨야지."

"벌써 입었어!"

"신발도 신어야지!"

"응!"

꽃잎공주는 핑크색 드레스 위에 코트를 대충 걸치고 신발을 구겨 신은채 밖으로 뛰어 나가요. 엄마가 따라가 보니 목도리는 현관 바닥에 떨어져 있어요.



바깥은 아직 추워요. 그렇지만 뛰어놀다 보면 금방 땀이 날 거예요.

숲으로 향하는 길 위에는 겨울 내내 떨어진 낙엽이 가득해요. 꽃잎 공주가 한 발짝씩 갈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이어져요.

우다다다 폴짝! 바스락!

우다다다다 폴짝! 바스락!

꽃잎 공주가 뛸 때마다 낙엽도 덩달아 소리를 내어요.



엄마 말로는 봄방학이라는데 숲에는 아직 겨울잠 자러 간 벌레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꽃잎 공주는 바닥에 앉아 큰 돌멩이를 들고 땅을 향해 소리쳐요.

"공벌레야 아직 자?"

그러나 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요.

이번에는 마른 낙엽을 뒤지며 말해요.

"지렁이야 아직 자?"

이번에도 역시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요.

실망한 꽃잎 공주는 숲 안으로 걸어가요.

땅 한가운데에는 아직 갈색 낙엽이 가득하지만 길가에서는 여린 연두색 잎이 기지개를 켜고 있어요.

꽃잎 공주는 드레스에 흙이 묻는 줄도 모르고 주저 앉아 잎을 가만히 쓰다듬어요.

"반가워. 나는 꽃잎 공주라고 해. 네 이름은 뭐야?"

말수가 적은 어린잎은 꽃잎 공주 손길에 살포시 기대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아요.

풀 친구는 여전히 답이 없고 숲 속은 온통 고요해서 꽃잎 공주는 유치원 친구들이 그리워졌어요.



"짹짹"

"짹짹"

"찌-익 찍"


그때였어요. 숲 속 어딘가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해요.

"어디지?"

꽃잎공주는 얼른 일어나 바스락 거리며 달려가요.


"우와"


동백 나뭇가지에 연두색 동박새가 잔뜩 앉아있어요.

주변으로는 직박구리도 "찌-익" 소리를 내며 날아가요.


"다들 여기 있었구나!"


유치원을 졸업했지만, 곤충과 벌레 친구들이 전부 깨어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하지만

숲에는 새 친구들이 가득했어요.

"우와"

꽃잎공주는 혼자인 줄 알았지만 새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아요.

어쩌면 새로 들어갈 학교에도 새 친구들이 가득할지 몰라요.

꽃잎공주는 어느새 학교에 갈 날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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