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학교로 가는 길. 나란히 걷다가도 손을 놓으면 어느새 내 발걸음이 앞서나간다. 학교에 가야 하는 건 아이인데 정작 당사자는 땅에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 풀 위에 앉는 나비를 보느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언젠가 아이를 먼저 보내고 뒤늦게 출발한 날, 한참은 더 갔을 줄 알았던 아이가 바로 집 근처에서 정신이 팔린 채 걸음을 멈추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뭐 하냐고 물으니 풀 주변에 모여든 벌레와 곤충을 관찰 중이란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본 제비나비 이야기를 전한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에는 보호자와 같이 걷는 아이들도 있지만 혼자 가는 아이들이 조금 더 많다. 다행히 길을 건널 필요도 없고 인도만 곧장 따라가면 되는 길이라 아이들이 다니기에도 안전한 편이다. 그래서 딱히 보호 목적이 아닌 '같이 가면 더 즐거우니까'라는 이유로 등하교 때마다 따라나섰다. 어쩌다 늦게 나와 시간이 부족할 때면 서둘러 가느라 바쁘지만 대개는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집을 나선다. 천천히 걸으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도 관찰하고 새소리를 눈으로 쫓기도 한다. 한때는 공벌레가 많아 실수로 밟을까 봐 땅만 보며 걸어 다녔고 요즘에는 길가 풀에 살고 있는 애벌레들을 하루 두 번씩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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