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다. 독감 접종 후 콧물 흘리고 기침하던 아이에게는 쉬기에 딱 좋은 타이밍. 나는 어떠한가. 지금이 쉬고 싶은 때인가? 글 연재도 이어가고 싶고 요가도 하러 가고 싶다. 연휴라지만 따지고 보면 쉬는 건 어린이뿐, 남편은 밖으로 일을 하러 나가고 나는 집에서 일을 한다. 수시로 어질러지는 집을 치우고 삼시 n끼 밥을 차리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 종일 아이와 집에서 함께 한 연휴 첫날, 잠에 들기 위해 누운 옆자리 아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낯설다. 마치 오랫동안 못 보다 마주한 것처럼 반갑기까지 하다. 우리는 분명 온종일 함께 있었는데.
연휴 중 연재를 이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남편 퇴근 시간이 들쑥날쑥 인 데다 양쪽 부모님 댁 방문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일정에 집중력은 떨어지고 이 참에 나도 덩달아 쉬기로 한다. 분명 쉬기로 했는데 냉장고 청소를 하고 이불 빨래를 하거나 아이와 내가 먹을 밥을 따로 챙긴 후 뒤늦게 집에 온 남편 밥도 차리다 보니 쉴 틈이 없다. 식구들의 식사가 끝난 후 설거지를 끝내고 오면 분명 청소기를 돌린 거실 바닥에 부스러기가 잔뜩. 결국 다시 청소기를 가져 나온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를 쉰다고 했지 집안일을 쉰다고 한 적은 없다. 이 집에 식구들이 있는 이상 집안일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집안일과 집안일 사이 잠시 짬을 내어 휴식을 취한다. 누워서 핸드폰을 보거나 영화를 틀어 보기도 하고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읽기도 한다. 아이는 잠깐씩 와서 종알종알 떠들며 내 대답을 기다린다. 대체로 자기가 보는 영상에 관한 이야기라 음성을 들리지만 내용은 귀에 들어오는 즉시 희석된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인 걸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적어도 다섯 번은 불러야 한다. 목에 힘을 주어 부르면 그제야 대답하며 "엄마는 왜 화를 내?"의아해한다.
"밥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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