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치열하게 '비좁은 세 시간'

글 구독 서비스 [비좁은 세 시간] 일상 에세이

by 으네제인장

하루에 단 세 시간 만이라도 ‘나’로 존재할 수 있다면.

작년 여름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내’가 되기 위해 글 구독 서비스 [비좁은 세 시간]을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평일 하루 세 시간을 지켜내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만 하면 세 시간 정도의 자유는 무조건 보장받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는 수시로 아팠고, 동시에 코로나19라는 예견하지 못한 장애물도 등장했다.


구독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안일도 끝내고 나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여유로운 ‘비좁은 세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글을 쓰다 말고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아이의 수발을 오 분에 한 번씩 들면서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었다. 정작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없을 때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글을 다 쓰지 못하고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과자를 쥐어주고 텔레비전을 틀어준 채 쓰다만 글을 쓰거나, 아주 가끔은 거실에 한가운데에 앉아 같이 놀자며 우는 아이를 애써 외면한 채 울상인 얼굴로 글을 마무리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비좁은 세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돈은 쥐뿔도 못 벌지만 글을 쓰고, 세상에 대해 생각하며 나로 살아가는 시간. 집안일이나 육아에 치이는 순간에도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은 소중한 나만의 시간. 평일 하루 세 시간을 보장받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분명 시작을 머뭇거렸을 거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면서 나만의 시간까지 갖겠다고 하면 욕심일까. 전업주부가 돈벌이가 안 되는 나만의 일을 하는 것은 욕심이고, 그 일은 아무 데나 방해받아도 되는 취미생활이기만 한 걸까. 돈을 벌지 못하는 일도 일이고, 아이 엄마라도 원하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이고 싶은 마음에 글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군가는 왜 글을 쓰는지, 왜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는지를 돌을 던지듯 묻는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를 이어나가보니 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되는지, 힘들 땐 왜 그만두는 일 대신 힘들다는 말을 털어놓기만 해선 안 되는지 오히려 궁금해진다.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나는 글쓰기가 좋아서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일이 좋아서,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비좁은 일상 속에서 ‘비좁은 세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글을 쓰며 하루를 감당해낸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하고 싶기에 때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글을 계속 쓰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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