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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네가 가는데 내가 왜 자연관찰을

by 으네제인장

아이를 학교에 먼저 보내고 뒤늦게 따라가다 보면 늘 아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가까운 곳에서 서성이고 있는 걸 발견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고 어딘가에 정신이 팔린 채 무언가를 관찰하느라 바쁘다. 어떤 날은 애벌레가, 어떤 날은 제비나비가 아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사람들은 나를 닮아 자연에 관심이 많은 줄 알지만 사실 영향을 받은 건 내 쪽이다. 말문이 틔이기 시작하던 시기에 아이와 산책을 나가면 아이는 늘 자기 시선에 가까운 땅 위의 풀이나 벌레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키가 큰 나무나 새에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면 아이는 땅 위를 기어가는 풀과 벌레를 가리키며 자기가 보는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아이 키에 맞추느라 주저앉아 주변을 살피다 보면 그제야 풀 주변을 기어 다니는 개미나 공벌레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공벌레를 보고 느낀 반가움이란. 그동안 공벌레는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시선에서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공벌레는 세상 가장 친근한 동물이었다. 운동장에 가면 늘 볼 수 있었으니까. 내 손바닥 위를 마음껏 기어 다녔으니까. 그러고 보면 그땐 아파트 뒷산이나 화단에서 자주 보던 하늘소나 개미도 공벌레만큼 귀엽고 친근한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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