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어린이집 다닐 때가 제일 좋았다. 코로나로 못 가는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기만 하면 아침죽, 점심밥, 오후 간식까지 챙겨줬다. 오죽하면 방학마다 아이 밥 걱정이 제일 컸다. 삼시 세끼 식사 챙기는 것도 힘든데 세 식구 입맛이 다 다르니 하루 종일 밥하고 밥 먹고 치우느라 하루가 다 갔다.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아침밥이라는 과제가 생겼다. 아침죽 시스템이 사라진 것이다. 모유수유와 손수 만든 이유식을 준비할 때가 차라리 편했다. 그때는 그래도 주면 잘 먹었으니까. 유치원에 간 처음에는 간편하게 시리얼과 우유를 준비했는데 아이가 잘 먹는 것과는 별개로 배앓이를 자주 했다. 이 어린이 나를 닮아 아침부터 단 것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멀미를 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아침마다 죽을 쑤기 시작했다. 평소에 잘 안 먹는 달걀을 넣어 만들기도 하고 온갖 채소를 갈아서 채소죽을 끓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두부를 넣고 두부죽을 끓이기도 했다. 부지런한 편은 아니라 한 번 죽을 쑤면 그걸 소분해 주었다가 아침마다 줬다. 아이는 매일 똑같은 죽 먹는 건 너무 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어쩔 수 없다. 아침 만은 주는 대로 먹자. 요일마다 똑같은 죽 먹는 거나 일주일 내내 같은 죽 먹는 거나 먹는 입장에서 지루한 건 마찬가지인데 만드는 입장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만드는 것이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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