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만 프로젝트' - 훌라
‘We believe in using all of the fish that you catch.(우린 잡은 고기는 다 먹어야 한다고 봐요)’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Somebody Feed Phill)>의 하와이 편에서 오아후 섬에 있는 포케 집주인이 한 말이다. 매일 아침 본인이 직접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어준다는 ‘조시’는 요리에 살점만 쓰는 게 아니라 뼈를 포함한 전 부위를 다 사용한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잡은 생명을 중시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일 테다.
훌라 얘기는 하지 않고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아무래도 훌라를 추다 보니 훌라뿐 아니라 하와이의 온갖 문화에 푹 빠져버린 요즘이다. 괜히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하와이 편을 찾아본 이후로 하와이식 새우 요리를 먹기도 하고, 한동안 아이돌 음악으로 가득했던 플레이리스트를 하와이 음악으로 채워 넣기도 했다.
몸은 부산에 있는데 고개는 자꾸 하와이 쪽으로 향한다. 단순히 ‘하와이에 가고 싶다’라고 떠올리기보다는 욕심이 생기고 초조해질 때마다 하와이 마인드, 훌라 마인드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무리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자신인 채로 살아가기 같은 것들 말이다.
최근에는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라는 책을 읽었다. 하와이 마인드에 대한 책들이 많지만 원래는 관심이 없다가, 이 책은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공저라서 한 번 읽어보았다. 올 초에 <새들>이라는 소설이 한국에 나와서 읽었는데 그 책의 배경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에 나와서 <새들>을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함께 읽어도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여기부터 유료 분량입니다.
비건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히피 문화에 다가가게 되는 것처럼 하와이의 문화를 접하다 보면 ‘하와이 마나’라든지, ‘호오포노포노’, ‘우니히피리’와 같은 개념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소설 <새들>에서 마코와 사가의 엄마들이 매료됐던 종교가 아마도 이와 같은 류의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를 하고 마는, 더 잘하고 싶고 완벽해지고 싶다는 욕심에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타입의 사람이라면 훌라나, 하와이 마인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조금만 더 (무리)해볼까요?’ 같은 말보다는 ‘이제 그만 (무리) 해도 되지 않을까요?’나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일까요?’ 같은 말을 건네는 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 만약 반대의 타입의 사람이라면 반대의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게 게으름을 피우는 일일까요?’ 같은 말 말이다.
주어진 자연환경에 감사하고, 주어진 것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것, 감당하기 어려운 욕심을 부리거나 무리를 하는 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게으름을 피우는 일 없이 자신의 목소리에 따라 페이스를 유지하는 일 같은 것이 하와이 마인드의 기본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성장과 최고가 되는 일, 근면, 성실이 미덕이 되는 환경에 사느라 지친 사람에게는 하와이 마인드가 꿈같은 존재로 느껴져서 더 쉽게 매료되는 거 같기도 하다.
진정한 자신인 ‘우니히피리’의 목소리를 따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가는 일인 ‘호오포노포노’라는 개념은 하와이의 자연을 바라보는 자세뿐 아니라 개개인의 사람을 대하는 관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엿보게 한다. 왠지 더 알려고 하면 깊게 빠지게 될 거 같아 책 한 권으로 대강 이해한 내용이지만 어쨌든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자존감’ 같은 개념보다 더 중요한 일인 거 같다.
참치를 넣고 만든 모든 샐러드를 ‘포케’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하와이의 ‘조시’가 직접 잡은 물고기를 깍둑썰기 하여 만든 포케(포케는 물고기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깍둑 썬다는 말을 의미한다)와 단순히 대량으로 들어온 참치나 연어를 정해진 레시피에 맞춰 만든 포케가 완전히 같은 포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내게 주어진, 자연이 허락해준 물고기를 남김없이 조리하여 손님에게 대접하려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요리와 대충 겉모습만 따라한 요리의 의미가 결코 같을 수 없다. 맛을 차치하더라도 음식에 담긴 마음의 무게는 분명 다를 것이다.
훌라를 하면서 훌라의 동작에도 욕심이 생기지만, 많은 동작을 익히거나, 동작을 예쁘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 바탕에 깔린 마인드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훌라를 따라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나고 즐겁지만 이왕이면 좋은 무용수가 되기보다는 훌라 마인드를 장착한 사람 쪽이 더 끌린다. 아마도 8월까지 그 어느 쪽에도 도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춤을 추는 동안 만이라도 나의 ‘우니히피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