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운동이라고

'세 달만 프로젝트' - 훌라

by 으네제인장

이건 분명 그 느낌이었다.

‘살찐 느낌’

고개를 숙일 때마다 느껴지는 쳐진 볼과 턱 살, 그리고 소매가 짧아진 옷을 입었을 때 보이는 팔의 윤곽 같은 게 말이다. 이건 분명 살이 쪘을 때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체중계 위에 올라섰더니 ‘으잉?’ 오히려 체중이 줄어있었다.


십 년 전이었다면 기뻐했을 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살이 붙은 느낌인데 체중은 줄었다고? 그렇다면 이건 분명 근육이 빠졌다는 거다. 안 그래도 얼마 없던 근육이 더 빠져버렸다니 믿을 수 없, 아니 믿고 싶지 않다.


여름이 되어 덥다는 이유로 몸을 덜 움직이긴 했다. 거의 앉아만 있었고, 제대로 된 식사 대신 간편한 당질로 배를 채우는 일이 많아졌다. 탄력을 잃고 쉽게 처지는 살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마른 비만 체질. 그건 바로 내 몸을 말하는 용어다. 언뜻 보기에는 말라 보이거나 날씬해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근육이 적고 몸 안과 겉이 뭉친 지방으로 뒤덮여 있다.


훌라를 추는 동안 조금의 땀을 흘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별 운동 효과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최근, 날이 덥다는 이유로 훌라를 게을리했더니 몸이 바로 늘어져버렸다. 영양제도 먹을 때보다 안 먹을 때 티가 난다고 하더니, 훌라도 마찬가지였다.


훌라 자체도 몸을 움직이지만 훌라를 추기 전에 하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동작들을 천천히 했는데 그랬더니 별 동작을 하지 않아도 몸에서 열이 났다. 훌라를 추기 전과 춘 후의 몸은 보기에는 거의 다를 게 없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훌라를 추지 않을 때의 몸은 확실히 더 붓는 느낌이다.


하는 동안 운동의 효과가 거의 느껴지지는 않지만 즐겁다는 이유로 훌라를 춘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냐면 훌라후프를 돌릴 때와 비슷하다. 동그란 링을 허리에 두고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이 마치 훌라를 추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훌라(Hula)’ + ‘후프(Hoop)’가 되었다고 하더니 운동효과도 훌라나 훌라후프나 비슷하다. 돌리는 동안에는 무척 신이 나는데 정확히 얼마나 운동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


그럼에도 훌라를 조금 게을리했다고 몸이 붓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영 효과가 없진 않았나 보다. 어쨌든 훌라를 하면서 춤에 대한 즐거움도 알았는데 요즘에는 방송댄스에도 조금 관심이 가긴 한다. 어렵다는 이유로 결국 절대 시작할 거 같진 않지만 에스파의 Next Level 무대를 보고 있으면 같이 춰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잘은 모르지만 아이돌 방송 댄스는 훌라보다 훨씬 즐겁고 훨씬 힘들며 진짜 운동이 될 거 같다.


실은 아이돌 영상을 보다 대충 한 번 따라 해 본 적도 있는데 훌라를 처음 출 때처럼 몸이 삐걱거렸다. 결국 조금 따라 하다 ‘에잇’하며 짜증을 내고 다시 훌라를 추며 ‘역시 훌라가 내 몸엔 딱이지’하고 자위하는 걸로 마무리. 그래도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댄스 전용 클래스가 있으면 한 번 배워보고 싶기는 하다. 춤들이 조금 난해하긴 한데 특히 f(x)의 4 walls 같은 춤은 그리 빠르지 않아서 나 같은 몸치도 해볼 만할 거 같은 자신이 생긴다. 이 춤 역시 남자 아이돌 춤에 비하면 운동 축에도 못 들어갈 수준이긴 하지만.


훌라를 추기 시작하면서 하와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깊어졌다. 고백하자면 훌라를 추는 시간보다는 하와이에 대해 찾아보는 시간이 더 길다. 그러다 보니 결국엔 운동을 핑계로 훌라를 시작하고 훌라를 핑계로 가만히 앉아 하와이에 대한 책만 보게 되어 제자리걸음 같이 되어버렸다.


매일 이런저런 핑계만 대지 말고, 비록 운동 효과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훌라를 더 열심히 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출 때는 몰라도 어쨌든 추다가 말았더니 몸이 더 붓질 않나? 가만히 앉아 하와이 덕질할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위해서 진짜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생각으로 훌라를 성실히 춰봐야겠다.






*기분을 하와이 무드로 바꿔줄 노래 한 곡 추천!


The Hula Hoop Song - Teresa Brewer


요즘처럼 더위로 기운이 빠지는 여름 날씨에도 금세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The Hula Hoop Song. 음원 사이트에 훌라 후프를 검색하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곡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이 곡은 하와이 무드가 나는 훌라후프 곡이다. 50년대 특유의 느낌과 하와이 무드가 더해져 듣고 있으면 해변이 보이는 휴양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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