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웨딩드레스

2019년 1월29일

by 김은혜

요즘 나는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준비 중이다. 우리 두 사람 다 성격상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결혼식을 최대한 간소하게 하자는 얘기는 계속 해오고 있었다. 보통 여자들은 결혼식, 특히 드레스에 대한 로망 정도는 있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도 않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들 하지만 정작 결혼식엘 가보면 혼자서는 몸도 잘 못 가눌 크기의 드레스를 입고 하루종일 물 한모금, 밥 한숟갈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앉아서 인사만 하는 모습을 주인공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사실 그건 그동안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행사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나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저 혼인신고나 하고 그동안 고마웠던 주위 사람들과 거나하게 파티나 한 번 하고 같이 살면 딱 좋을 것 같았는데, 나나 남자친구나 집안의 첫째로써 도저히 그렇게까지는 용기가 안났고 그저 최대한 간소하게, 그러나 와 주시는 하객분들께 식사는 제대로 대접하는 식을 올리자고 한 것이다.


문제는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싶은데, 남들이 하는 대로 안 하자니 돈이 더 든다는 것이다. 안 할려고 하는데 돈이 더 든다. 웨딩 시장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이상하고 기형적이다. 이게 무슨 소린지 웨딩 스튜디오 촬영을 예를 들어 얘기해 보겠다. 원래는 이 사진도 안 찍으려고 했는데 어찌저찌한 사정으로 결국 한 번 찍기로 했다.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간단하게 찍고 싶었다. 나는 따로 웨딩 플래너를 두지 않고 혼자 준비를 하고 있는지라 인터넷에서 몇 군데를 검색해 본 후 스튜디오와 드레스 대여샵에 직접 견적 문의를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준비를 도와주는 플래너가 없이 다이렉트로 계약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간에 플래너가 떼어가는 수수료가 없고, 그러면 내가 계약하는 금액이 플래너를 끼고 하는 계약보다 더 저렴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견적을 알아본 바로는 내가 직접 계약하는 금액이 훨씬 비쌌다. 심지어 어떤 곳은 가격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드레스 대여비는 공개할 수 없으니 빌리고 싶으면 가격도 모르고 일단 와서 입어보고 대여비로 얼마를 부르든지 간에 돈을 내고 빌려 가라는 것이다. 나처럼 플래너 없이 오는 개인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드레스를 내어주다 보면 결국 플래너가 설 자리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그 정도 정보 알아보는 것은 일도 아닐테니) 그러면 너도나도 밥을 굶을 위기에 처할 수 있으니 업체나 플래너나 서로 상부상조해서 다 같이 잘 살아보세~ 이런 시장인거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인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인데 좋게 좋게 하자'라고 생각하는 예비부부의 몫이된다.


더 웃겼던 건 스튜디오다. 촬영비가 70만원인데 (저렴한 편) 거기에 필수로 원본비가 30만원 가량 붙는다는 것이다. 네?! 원본비가 뭔가요? 원본비는 말 그대로 원본비다. 사진을 찍고 원본에 대해서 포토샵 등 수정을 해서 나가기 때문에 원본을 반드시 구매를 해야 사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사진을 찍고 사진을 안 받아가는 사람도 있나? 아니 그럼 애초에 그냥 촬영비가 100만원이라는 소린데, 대체 왜 말을 두 번 세 번 한단 말인가. 뭐 아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그 바닥도 얼마나 경쟁이 심하고 가격 깎아먹기가 심하면 저런 생각까지 했을까. 저 생각 처음 한 사람 정말 신기하다. 마케팅의 달인인가. 아무튼 신기하고 기분 나빴다. 겉으로 드러나는게 원본비인데 막상 저 스튜디오에 사진을 찍으러 가면 대체 얼마나 더 뒷통수를 처 먹으려고 할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원본비까지 내고 하는 촬영은 보통 2~3시간 정도 진행되고 스튜디오에서 대부분 정해진 각도로 사진을 몇 백장쯤 찍고 나면 내 앞에 촬영했던 커플과 비슷한 구도의 비슷한 사진을 얻게 된다.


적은 돈도 아니고, 최소한 백 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다음 내가 한 일은 전화로 견적을 물어본 곳 중에 상식 밖의 안내를 하는 업체를 하나씩 지우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옵션이 몇 개 안 남아서 선택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스튜디오는 친구가 소개해준 (대부분의 웨딩 스튜디오가 압구정 및 청담동에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동 떨어진 동네인 연희동에 있는 곳을 예약했다. 이 곳은 하루에 딱 우리 한 팀만 촬영을 한다고 했다. 원본비 같은 것도 없었고 사전미팅을 따로 해서 우리 커플만의 분위기나 이미지를 파악하고 당일에도 시간을 들여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한다. 가격을 알려주지 않거나 비상식적인 헬퍼비를 요구하는 드레스 샵도 모두 지웠다. 대신 인터넷에도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놓은 샵을 골랐다. 이 샵도 상당히 동 떨어진 동네에 위치해 있다. 아마 압구정, 청담동의 월세를 지불하면서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모양이다. 내 선택지들은 모두 치열한 웨딩 시장에서 한 걸음 비껴서 있는 곳들이었다.


못본 척, 모르는 척 남들이 많이 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사실 돈은 더 든다. 처음엔 사진을 찍지도 않을 생각이었으면서 결국 남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선택이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면도 있다. 그렇지만 돈을 좀 더 낼 지언정, 비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곳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그 시장의 활성화를 단 0.1%라도 돕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어차피 결혼식을 할 거라고 마음 먹은 이상 이 세계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섞이지는 않으려는 최대한의 노력은 하고 싶다.


우리는 웨딩 촬영을 하는 날 (어차피 본식은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만 할 수 있는 잔치가 아니니까) 본식 때 하고 싶었지만 못 할것 같았던 것들을 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드레스를 입는 것과 신랑도 편하고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 날은 우리 둘 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거라 생각하고 가장 예쁜 모습으로 여유있고 마음 편하게 아름다운 기록을 남기고 오기로, 정신승리를 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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