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은 Sep 03. 2020

여행이 우연히 건네주는 것들

사소하지만 사랑스러운




북적거리는 아침의 베이커리 카페. 파티쉐들이 돌아다니는 소리, 흘러나오는 재즈 오보에 소리, 이야기 나누는 어느 한 가족의 테이블. 그리고 시간대마다 구워져 나오는 빵 냄새. 빵을 아기 다루듯 정성스레 반죽하고 꺼내어 놓는 모습들이 괜스레 다정하다. 발길 닿는 대로 도착한 빵집이 꽤나 마음에 든다. 그제야 가방 속에서 책과 노트, 펜을 꺼내 든다. 이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는 아침마다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대화를 건다. 말로 하기에는 어설픈지 다이어리에 글을 쓰며 대화하는 것이다. 마음이나 몸 상태를 알아차리는데 젬병인 그는 그제야 자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걱정이 일어날 때도 글을 쓴다. 후회는 해 봤자 되돌릴 수 없으며 걱정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인데도 금세 머릿속을 휘감을 때면 글을 쓴다. 글자가 된 순간 그들은 한없이 작아져버린다. 아무렴 작은 글자라도 그들의 실체가 생기면 안 되니 부욱 종이를 뜯어버리면 끝.


그리고나면 순간에 보이는 청량한 것들을 적어내기 시작한다. 빵을 닮은 구름의 모양이라던지,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라던지, 흔들리는 강아지풀 따위와 같은 것. 존재함으로 안정을 주는 존재. 해가 되지 않는, 편안하고도 깨끗한 존재. 그 또한 그렇게 존재하고만 싶다. 쉬이 흔들리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는 느긋한 존재로.


여행은 이미 그를 그렇게 만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론 갈 곳 없이 느껴지고, 움직일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에 그는 마음의 길을 따라 걷는다. 그 길은 그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그를 삶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 준다. 모든 걸음마다 찍힌 발자국이 눈부시게 빛난다. 그렇게 가장 밝은 빛을 받으며 걷는다.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_잘랄루딘 루미




여행은 글과 떨어질 수 없는 단짝인 듯 늘 붙어있다. 어쩌면 그래서 시인들과 작가들이 여행할 때 가장 가까이 닿아있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글자들로 이루어진 종이들, 종이들이 엮인 책 한 권으로. 그가 좋아하는 책의 작가들은 여행이 삶인 사람들이다. 이에 언제나 함께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앞서 겪었을 경험과 생각들이 깊이 공감 되고, 왠지 모를 위안과 친밀감을 준다.


여행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해관계 따위가 섞이지 않은 순도 높은 친절과 관심이 있다는 것. 빵과 함께 조그맣게 얹어 주시는 웰컴 티. 맛있어서 꺼내어주신다는. 연노랑색. 그리고 좋아하는 빵의 종류를 기억하고 나오자마자 잘라드릴까요 묻는 따뜻한 말. 웃으며 주시는 웰컴 티에 그의 행복지수는 치솟아버렸다.



행복은 관계 속 사소한 것에서 온다는 문장을 적어둔다. 순수하게 서로를 위해주었을 때, 상대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보이게 될 때. 작은 실수를 눈 감아줄 때, 그리고 사소하게 흘린 이야기를 기억해 줄 때. 사람이란 자기로부터의 관심뿐 아니라 서로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는 다시금 깨닫는다.


시인 잘랄루딘 루미가 여행은 힘과 사랑을 돌려준다고 했듯, 여행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따뜻한 기운을 건네 준다. 우연한 것들을 보고 느끼는 기쁨이란! 사소하지만 사랑스러운 것들. 그는 이 작은 선물들이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집밥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