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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Feb 29. 2020

일상을 집밥처럼

완벽주의를 내려놓기



의지를 불태워도 이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든 일이다. 좋은 습관들은 유난히도 만들기 어렵고, 나쁜 습관은 생기기는 쉬운 데다 없애기는 또 어렵다.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되려고 결심하는 일은 빈번하나 이를 위한 실천들은 곧잘 실패하고 만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그냥 '집밥' 같은 건지도 모른다. 기본의 밥. 매일의 밥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간단하고 기본에 충실하면 땡이다.


밥을 먹을 때, 매번 고급의 흐트러짐 없는 레스토랑에서 고급의 식사만 한다고 생각해보자. 생각하기만 해도 답답하다. 한두 번의 멋진 식사는 눈도 입도 즐겁게 하지만 매일 모든 식사를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가끔은 고급 레스토랑 위 흠 없는 접시에 올려진 색색의 동그란 음식이 기이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오히려 집에서 나물에 계란 프라이를 하나 올린 집밥이 더 생각난다. 좋아하는 그릇에 먹고 싶은 만큼 건강하고 소박한 재료들을 조금씩 담아 단순하게 차린 집밥.



가끔은 취할 때까지 술을 먹은 뒤, 어제의 일을 기억해내려고 애쓰며 이불을 몇 번이나 꼬집기도 하고 실수한 말을 다시 집어넣고 싶어서 얼굴이 새빨개질 때도 있다. 감정 표현을 부드럽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열심히 살아내지 못한 하루에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그러나 괜찮다.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 다채로운 게 일상 아닌가. 그러한 실수와 후회와 고민들은 소탈하고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되어줄 때가 많다. 뭐든 완벽한 것보다는 허술한 것이 즐겁다.


스스로를 닦달하고 있거나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고 있을 때에는 집밥을 떠올려 본다. 매일의 일상을 밥과 같이 생각할 때 좀 더 편안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집에서 먹는 밥과 반찬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건강한 삶을 영위해주는 기본의 역할을 해 준다. 꼭 맛이 완벽한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건강한 반찬들로 집에서 먹는 밥.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된장국, 김과 오이김치. 뭔가 부족할 순 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충분한 맛. 거창하진 않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밥. 가끔은 정말 맛있게 만들어지는 음식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고, 열심히 만들었으나 맛을 내는 것을 실패해 웃어버릴 때도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바로 삶이 아닌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평생 좋은 쪽으로 나아지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이다. 완벽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나아질 것도 없다. 그렇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결과보다는 이룩하는 작은 과정들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보다는 충분한 나의 모습들에 내 시선을 두기로 한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충실하게, 집밥을 감사히 생각하기로 한다. 스스로를 위해 준비할 한 끼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을까.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가장 먼저의 방법은 정성스러운 집밥부터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든 허술하고 귀여운 반찬들도 깊이 있는 엄마 손맛을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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