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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0. 2020

서로에게 바람이 통할만큼의 거리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두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_칼린 지브란




칼린 지브란의 시를 읽으면 관계를 대하는 가장 따스한 방식을 알 수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는 것. 바람이 그 사이에서 춤을 출 만큼.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확실한 방편인가.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워하는 것은 나에게 숯 검은 감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누구만을 사랑하기보다 모든 인류를, 나아가 세상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삶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랑할 때에, 특히 사랑을 줄 때에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져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하는 마음들이 사람을 괴롭게 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방안은, 홀로 있되 함께 있는 것. 그리하여 서로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고 그들 덕에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존재 그대로 축복하고 사랑하는 것. 반달과 반달이 만나 보름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보름달이 함께 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처럼,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우리에게 넘치는 것들을 기꺼이 나누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지 않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할 때에, 세상에 바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할 때에, 비로소 온 마음속까지 충만해진다. 사랑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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