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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Oct 16. 2019

적당히 미니멀라이프, 아침 청소

집에 돌아올 나에게 주는 작은 행복



여행을 갈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숙소를 고르는 데 만큼은 심사숙고하는 편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지도 않는다. 교통수단도 무엇이든 상관 없다. 하지만 숙소는 조금 가격이 있더라도 그렇게 꼼꼼하게 찾아보는 것이다. 하루의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여행의 힐링은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면서 이루어질 때가 많았다. 숙소를 고를 때 생각하는 것은 깔끔하거나 예쁜 디자인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의 청결이었다. 상쾌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공간은 여행에 지친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줄 것이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주 지친 날, 또는 마음이 복잡한 날. 몸이 피곤해서 당장 누워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날. 이때 돌아오면 늘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는 집, 그리고 정돈되어 있는 침구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선물과 같다. 하루종일 나도 모르게 긴장해 있었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 반면에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집이라도 잘 관리되지 않고 청결하지 않다면 공간을 계속 좋아하기는 힘들다.


돌아왔을 때 늘 청결하고 정돈된 집을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나의 집 또한 혼자 살고 있는 작은 집이지만 정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면 손 닿을 곳이 많다. 이를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먹거나 씻는 것처럼 정리정돈이 하나의 습관이 되면 보다 적은 힘과 시간을 들여서 집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다. 무엇이든 더러울 때까지 방치해 두었다가 한 번에 치우는 것은 힘들고 미루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방의 조그만 얼룩을 닦아내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으며 심지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나는 내가 아끼는 것들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청소를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정한 규칙과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나만의 청소 규칙은 단순하다.


             '늘 원래 있었던 것처럼 해 놓기.'


즉,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생기는 쓰레기나 불순물은 그때그때 치우는 것이다. 일주일이나 한 달마다 하는 특별한 청소는 고정 날짜에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하는 편이지만 매일의 청소는 습관이 되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자동적으로 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의 적당히 청소 루틴


일어나자마자 상쾌한 음악을 틀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그리고 침구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불을 한번 털고 침구 정리를 하는 것만으로 가장 먼저 오늘 하루의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작은 노력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욕실 청소는 씻을 때마다 매일 한다. 씻은 뒤 수건으로 거울과 세면대의 물기 제거를 하면 화장실은 물때나 곰팡이 없이 늘 깔끔하게 유지된다. 머리를 감고 난 뒤 바닥의 머리카락을 치워준다. 주말마다 따로 시간을 내어 화장실 청소를 하지만, 깨끗하게 관리해 두었기 때문에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또 엄마가 하신 말씀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바로 싱크대도 하나의 그릇과 같다는 말씀. 그래서 설거지할 때에는 싱크대도 꼭 닦아 두고 이후에는 배수구를 말끔하게 정리한다. 배수구는 늘 청결하게 유지하면 냄새도 나지 않고 나중에 따로 청소할 일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방에 남은 물기를 마른행주로 제거해주면 주방 정리도 금세 끝.


외출 준비를 하고 난 뒤 사용한 것들을 제자리에 둔다. 몇 없지만 소중한 가구의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젖은 수건으로 한번 닦아 준다. 마지막으로 외출하기 전에 몸에 간단히 뿌리는 향수를 침구에 한 번, 현관 입구 쪽에 한 번 뿌려 놓으면 들어올 때 기분이 좋다.




           



집에 돌아올 나에게 주는 작은 행복


미니멀 라이프는 비움이며 곧 깨끗함이다. 집을 비워 깨끗하고 단순해졌다면 이것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티끌 없이 완벽하게 깨끗한 청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는 하지도 못할뿐더러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적당히 내가 편안할 만큼 집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어느 새 청소는 나에게 하기 싫고 힘든 일이 아니라 늘 하는 당연한 루틴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내가 저녁에 돌아왔을 때 온전히 쉴 수 있는 집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기에 아침 청소를 하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늘 집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온전히 채우는 소중한 저녁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매일의 청소 루틴은 잊지 않고 매일 집을 소중히 보살펴주는 일이었으며, 집에 돌아온 나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해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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