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할 수 없는 슬픔
도서관 카페의 하루는 북적 거름에서 시작된다. 함께 봉사하는 동료로부터 짧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내일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를 보자마자 나는 그녀가 얼마 전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병원에 입원 중이신 친정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신데 하필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퇴원을 못 하고 계신다며 걱정하던 목소리. 나는 당연히 공사가 끝나 아버지를 모시러 가는 길이라 짐작했다. 기쁜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는 무사히 퇴원하셨어요?"
잠시의 정적 뒤에 돌아온 대답은 내 짐작의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낮게 떨리는 목소리. 퇴원(退院)이 아니라 영면(永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가슴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았다. 장례를 잘 치르고 왔다며 아이처럼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평소에도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던 여린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닥친 커다란 상실의 크기를 나는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그 슬픈 소식을 친구들에게조차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신 그녀는 퉁퉁 부은 얼굴로 카페에 나타났다. 가장 아픈 순간에 그녀가 찾은 곳은 화려한 위로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도는 이 소박한 봉사의 자리였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그 평범한 일상을 통해 어쩌면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퉁퉁 부은 눈으로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선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핸들을 잡은 손등 위로 미처 닦아내지 못한 그리움이 툭 떨어질 것만 같아 마음이 아릿하다.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돌아온 그녀의 마음에는 지금 어떤 바람이 불고 있을까. 부디 그 바람이 너무 시리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약이라는 무책임한 말 대신 오늘 우리가 함께 내리는 커피의 온기가 그녀의 시린 구석을 조금이라도 데워주기를 기도한다.
조만간 그녀가 다시 예전처럼 해맑은 얼굴로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기를. 그때가 되면 말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고생 많았다고 당신은 충분히 지극한 딸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