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하나, 진짜 배움이 되는 순간들
"단 한 가지만 얻어가도 성공한 하루"
몇 해전에 세일즈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격주 수업이었는데, 저녁 시간 4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시간적으로도 꽤 묵직한 프로그램이었다. 주로 소기업 대표님들이나 조직에서 영업, 세일즈, 마케팅 리더로 일하는 분들이 함께 했고, 강의를 이끄는 강사님은 금융권에서 오랜 실무를 경험하고 강의를 해오신 베테랑이었다. 꽤 알찬 커리큘럼이었는데 퇴근 후 저녁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상황에서 4시간을 꼬박 집중해서 듣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이 시간에 와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간다면 아쉽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4시간을 꽉 채워서 배워가겠다는 것도 욕심입니다. 하루에 하나는 얻어간다는 마음으로 임해 보세요. 하나만 얻어가도 성공한 하루입니다."
나는 이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남는다. 그때 강사님이 하나만 얻어가도 성공한 하루에서 말하는 '하나', 그 날의 하나가 이 말이었던 셈이다.
그 후에도 다양한 교육, 컨퍼런스에 참여할 때는 물론 책이나 아티클, 유튜브 영상을 볼 때에는 하나는 얻어간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여기에서 하나만 얻어가도 나는 성공했다면서.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책 한 권"
대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국제경영 수업이었는데, 수업 첫날 교수님께서 수업과는 별개로 한 학기 동안 책을 읽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몇 권의 후보군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수업 막바지에 발표한다고 했다. 2년 동안 수많은 수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겠지만, 졸업하고 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수업시간에 내가 읽고 리뷰했던 책 한 권은 분명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설마, 대학원 수업보다 책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면서 콧웃음을 쳤는데, 웬걸 대학원 졸업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진짜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그 어떤 수업 내용도 아니고 그때의 책이다.
나는 그때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읽었고, 지금도 그 내용이며 당시에 발표했던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비싼 학비를 내고 기억에 남는 게 책 한권 뿐이었겠냐만은 그날의 수업과 교수님 표정, 목소리 그리고 이 책을 읽었던 기억과 발표를 준비했던 순간만큼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여행에서도 한 장면"
나는 여행 준비를 꽤 철저하게 하는 편이지만, 막상 여행지에 가면 계획은 굵직한 일정만 따를 뿐, 현지에서의 기분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이번 여행에선 이 사건이 기억에 남겠군! 하면서 오히려 좋아를 외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계획대로 움직인 평온한 여행 장면은 크게 기억에 나지 않는다.
사이판 여행을 갔을 때는 태풍 때문에 나무가 꺾이고 우리 짐이 날아가버렸던 일이 기억에 남고, 오사카 여행에서는 새벽같이 오픈런 해서 뛰어갔음에도 이미 꽉 찬 인파 때문에 혀를 내둘렀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아침이 또렷이 기억난다.
결국 무엇이든 그렇다. 한 사람의 말, 한 권의 책, 한 장면의 여행처럼, 모든 걸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하나'는 있다. 그리고 그 하나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수업의 내용이든, 책의 문장이든, 빗속을 뚫고 뛰었던 아침이든.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보고 듣고 겪지만, 결국 시간이 지난 뒤에 남는 건 단 한 장면, 단 한 문장, 단 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너무 욕심내지 말자. 오늘도 하나면 충분하다. 그 하나가 결국, 내 안에 오래 남아 나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