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방문으로 깨달은 점
얼마 전 도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도쿄 여행이었습니다. 첫 번째 여행에선 디즈니랜드와 지브리박물관, 다이카야마 츠타야서점 방문을 주요 테마로 잡았고, 두 번째 여행에선 와세다대학의 무라카미하루키 도서관, 나쓰메소세키 기념관, 가마쿠로 슬램덩크 배경 마을 등을 코스로 돌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여행입니다.
이번 여행에선 디즈니랜드도, 지브리 박물관도, 특별한 관광지도 없었습니다. 그저 시부야를 걷고, 긴자에서 쇼핑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카페에 들렀을 뿐인데도 여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세 번째 도쿄 여행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오는 여유와 소소한 재미로 채워졌습니다. 계획 없이도 괜찮았던 도쿄 자유여행. 사진, 쇼핑, 음식, 물가까지—이번 여행이 다시 도쿄를 떠올리게 만든 이유들을 담아봅니다.
계획 없이 떠나도 평균 이상의 만족감
3박4일이라는 일정 자체가 짧았고, 첫날 도착이 저녁 즈음이라 실제 관광은 이틀이었기에 애초에 대단한 코스를 넣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예쁜 카페를 가고, 맛집을 가고, 쇼핑거리를 다니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마치 주말에 서울 시내 어딘가를 가는 것처럼. 실제로 시부야-긴자-하라주쿠-다이칸야마에 주로 머물렀고,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만큼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길거리를 걷다가 보게 되는 장면에 눈이 갔고, 생각 없이 들어간 숍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곤 할 만큼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도쿄 여행의 최대 장점은 바로, 계획없이 떠나도 평타는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찍어도 잘 나오는 사진
도쿄에서 자신을 찍으면 [도쿄 필터]가 적용되는 걸까요. 저는 갤럭시, 동행인들은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기종에 상관없이 사진 자체가 잘 나오는듯했습니다. 여행의 반은 사진, 결국 남는 건 사진이기에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물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도쿄 여행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입니다. 알록달록한 간판이 화려한 시부야 거리는 물론, 극도로 소박한 느낌의 작은 골목들. 세련된 도시의 고층 빌딩과 오래된 멋 자체인 동네의 주태고가 상가들. 대충 찍어도 멋스럽게 나옵니다.
체감상 저렴한 가격
이번 도쿄 여행 비행기 값이 20만 원 후반대였습니다. 숙소는 30만 원 가까웠고요. 3인이 3박 4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에어+텔이 2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입니다. 미리 준비하고, 더 많이 찾아본다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제 엔화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 밥/커피/술 값보다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작년 10월 여행보다는 이번 4월 여행에서 일본 물가가 많이 올랐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괜찮은 정도’의 가격입니다.
‘쇼핑’이라는 주요 목적에 부합
주요 관광지를 얼추 다 경험한 이들에게 일본, 특히 도쿄는 ‘쇼핑’이라는 테마가 좋은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거창한 쇼핑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비싸고 좋은 물건에 당연히 욕심이 있지만, 구매까지 이뤄지기엔 나의 재정과 여러 상황이 여의치가 않기에 물건 구매에 꽤 신중한 편입니다. 이 정도의 욕구와 재정상태의 사람에게 도쿄 시부야, 긴자, 신주쿠는 꽤 매력적인 거리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슈프림, 스투시, 베이프, 꼼데가르송, 단톤, 메종키츠네 등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브랜드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고 몇몇 명품은 국내보다는 ‘많이’ 저렴하게 구입가능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시부야, 긴자에서만 거의 이틀을 머문 것도 브랜드 숍을 구경하는 재미가 컸기 때문입니다. 다른 걸 하지 않아도 쇼핑이라는 그 목적이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3박 4일 여행이 알차게 느껴졌습니다.
음식이 나쁘지 않아
사실 어렸을 때는 일본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일본 라멘이나 수프 카페, 함박스테이크, 초밥, 야끼니꾸, 소바 등 음식 천국처럼 느껴졌고, 여행은 곧 음식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 음식에 대한 만족감 자체가 조금 낮아졌습니다. 이건 일본 여행에서만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음식에 대한 선호가 낮아진 겁니다. 어르신들이 ‘딱히 맛있는 게 없다’라고 하시는 게 괜한 말이 아니란 걸 새삼 느끼고 있죠. 맛은 있지만 언제나 무언가 부족한 맛이랄까. 크게 맛있지도 아주 많이 먹고 싶은 것도 없는 그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젠 한국에서 먹는 일본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한국화’된 일본 음식에 적응이 되어 오히려 여행지에서 음식을 접하면 너무 짜거나, 너무 느끼하거나, 너무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 음식은 평타하는 맛입니다. 어딜 가서 무얼 먹든 ‘괜찮네!’ 정도의 맛은 하니까요.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여행이 가장 쉬운 여행으로 여겨져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크게 실망시키지 않고 오히려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요소가 자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는 다시 또 도쿄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