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행력을 높이기
새해 계획을 세워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12월 마지막날과 1월 첫날이 크게 구분이 안되고 어느 순간 나이 한살 더 먹는 것에도 타격감이 없어졌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살아가는 일개미의 삶.
큰 부자가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인플루언서가 되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일상의 고요함을 감사하고 그 속의 크고작은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사는 것.
바라는 게 있다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 더 나아져 있길,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살아가길 그 정도이다.
이러니 내가 하려는 2025년 챌린지도 거창할 필요도, 나를 고통스럽게할 정도의 노력을 요구할 건 아니다.
단지 무료한 삶, 다소 방치한 나의 몸과 생활 태도, 작은 성취가 가져올 소소한 뿌듯함 등을 위해.
그저 그정도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몇가지 챌린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1월 : 빵 금지
정말 소소한가. 아니다. 나같은 빵러버에겐 나름 큰 결심이다.
내가 얼마나 빵러버냐면 좋아하는 소금빵을 먹기 위해 출근길에 10분을 돌아가기도 하고, 베이커리 카페는 보이는대로 방문하여 꼭 하나는 맛을 보는 열정을 보여왔다. 빵을 먹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 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치 책을 읽는 것보다는 종이 질감을 느끼고, 표지를 구경하며 구매 행위 자체를 즐거워하는 사람(이 또한 나다).
빵은 주로 소금빵, 베이글, 식빵, 치아바타, 곡물빵 등 슴슴하 맛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러니 질리지도 않고 잘도 먹는다. 가방엔 늘 먹다 남은 빵 조각이 있기도 하다.
이런 내가 빵을 금지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일단, 건강검진에서 나온 체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서다. 아직까진 표준이지만, 그 범위 내에서 오른쪽 끄트머리로 가 있는 막대기를 보자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다.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생각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인에게 다이어트와 운동은 새해 계획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일테니까.
이번엔 좀 달라야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수치도 좋지 않으니까. 그래서 막연한 식습관 개선보다는 하나를 정하고 뽀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빵'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간식이자 오브제와 같은 항목.
실행 방법은 그냥 안 먹기. 빵 종류는 절대 안먹기. 다만 빵이 아닌 과자는 먹어도 되기로 했다. 빵+과자까지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빵을 안 먹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그냥 안 먹는다고 생각하니, 일단 빵집을 안가고, 카페에 가도 베이커리 코너는 보질 않는다. 안 가야지, 안 봐야지가 아니라 아예 나에게서 지워진 행위처럼 됐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쉬웠던 건 아니다. 회사 런치파티 메뉴로 피자가 나온 적이 있었고, 가족 생일파티에서 케익과 직접 만든 빵을 하염없이 권유하는 걸 뿌리쳐야 했으니. 이 외에도 소소한 순간들이 있었으나 잘 이겨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고, 오늘은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성공할 수 있었던 몇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계획을 알린다. 나 1월 한달동안 빵 금지하기로 했어! 라고. 내 말을 들은 가족과 지인들은 '니가 어떻게 빵을 안먹어!'라는 반응을 하기도 했지만, 굳이 내 계획을 망치기 위해 유혹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한 말이 있으니 굳이 빵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나를 놓아두지 않았고.
둘째, 실행 기간을 정해둔다. 아마 평생 빵을 못 먹는다고 했다면 나는 너무 암울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빵이 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나 스스로도 내가 이 챌린지를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딱 한달, 30일만 안 먹는거야! 라고 생각하니 너무 쉽더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니까. 무언가를 계획한다면, 기간이나 목표 수치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
셋째, 대안책을 두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나는 빵은 금지였지만 다른 과자는 허용해두었다. 모든 탄수화물이나 군것질을 금지했다면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빵은 금지였지만, 과자는 먹어도 되는것이었으니 빵 금지가 그리 어려운 챌린지가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1월 동안 크라운산도, 빠다코코넛 등 나의 최애 과자는 먹으면서 지냈다. 이 챌린지가 나의 생활 습관을 고쳐보는 것이니 내 인생 전체를 바꾸겠다느니 엄청난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그런 거대한 목표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니니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실행하도록 했다.
3주차 정도 되었을 때, 내가 꽤 잘 실행을 하고 있구나 싶으니 다음 챌린지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예 올해 12개의 챌린지를 실행해봐야겠다는 욕심이 들더라.
1. 한 달에 하나씩
2. 내 삶을 조금 더 나아지도록 하는
3. 소소한 챌린지
2월 챌린지로 인스타그램 금지를 해볼까 싶었다. 빵만큼이나 내가 애정하는 인스타그램. 습관처럼 열어보고, 그때그때 감정을 스토리에 적어두고. 기록차원에서 좋았지만 그게 과해지니 하루 중 인스타그램에 쏟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일단 설 연휴동안 실행해보고 나에게 너무 스트레스가 아니라면 (금단 증상이 크지 않다며) 해볼만 하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앱을 삭제했다. 앱을 삭제해도 계정 삭제는 아니니 언제든지 다시 설치하면 그대로 보여지는 것.
처음 하루는 너무 이상했다. 나 빼고 인스타그램에서 재밌는 걸 하고 있을 거 같고, 내가 안 보이는 걸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고. 이틀 째도 비슷했다. 순간 사진을 찍고 스토리에 적어두고 싶은데, 그걸 못하니 이상했다. 셋째날이 되니 그런 마음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여전히 지인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궁금했지만 별거 없을 거라고 애써 생각을 지웠다. 그렇게 설날 연휴를 보냈고, 연휴가 끝난 오늘 열어보았다. 토,일,월,화,수,목 딱 6일동안 금지를 했다.
그동안 나는 확실히 휴대폰을 덜 보게 되었고, 사진을 덜 찍었다. 늘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방 어딘가에 두는 일이 많았다. 다만 인스타그램 대신 유튜브 영상을 많이 봤고,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서 영화도 몇개씩 봤다. 인스타그램은 안하지만 다른 영상 소비는 크게 줄지 않더라. 그리고 쇼핑앱을 많이 보고.
2월 챌린지를 인스타그램 금지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나의 챌린지는 한 달 동안 '매일 매일 하거나 '매일매일 안하거나'인데 한달동안 안할 수 있을까. 이건 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