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문으로 시작된 콘텐츠 기획자의 업의 고민
“엄마는 회사에서 무슨 일 해?”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도 쓰고, 이런저런 이벤트도 해.”
아이의 표정이 갸우뚱해졌다.
“그래서 그게 뭐야?”
“음...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게 뭔데?”
“그게 말이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도 쓰고…”
말을 잇기도 전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됐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을 듣고 싶었던 거다.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고, 다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일
과거 매거진 기자로 일할 때는 쉬웠다.
“느그 엄마 뭐 하시니?”라는 질문엔 “우리 엄마 기자예요!”라는 대답 하나면 충분했다. 추가 질문도, 궁금해하는 표정도 없었을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에디터, 기획자, 크리에이터… 무엇을 붙여도 초등학생에게는 여전히 낯선 말일 뿐이다.
며칠 후, 다시 물었다.
“친구들한테 엄마 뭐 하는 사람이라고 했어?”
아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롯데월드타워에서 일한다고 했어. 애들이 롯데타워는 다 아니까.”
설명하기 어려운 ‘일’보다, 모두가 아는 ‘장소’가 더 쉬운 언어였나보다. 그 방식이 어쩌면 더 정확했는지도 모르고.
사실 이 대화는 몇 해 전의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중학생이 된 아이는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회사에서 콘텐츠 일해요.” 그렇다, 이제 아이는 한 줄로 엄마의 일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콘텐츠’라는 단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내 일을 이해하게 된 지금, 오히려 나는 내 일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
기업에서 콘텐츠는 단순히 감동을 주는 글이나 영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입시키고, 전환을 일으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성과로 말하지 못하는 콘텐츠는 조직 안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마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콘텐츠는 고객의 어떤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까?”
기획부터 퍼블리싱, 유입, 전환, 리텐션까지.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고, 파급력을 만들어가는 콘텐츠 운영.
이제 콘텐츠 담당자는 마케터이자, 브랜더이며, 커뮤니티 빌더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팔로워를 모으고, 발행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모두의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콘텐츠 직무를 맡은 우리는 더 복잡한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왜 이 콘텐츠를 만드는가?
누구를 위한 기획이며, 어떤 지표를 목표로 해야 하는가?
이 일이 브랜드에 어떤 파장을 남길 것인가?
아이는 이제 내 일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은 앞으로도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