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갑으로 느껴졌다고요?

by D 카페인

"그분 되게 열심히 하시죠? 원래는 이런 활동 잘 안하신다고 하시던데.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고…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같은 커뮤니티 멤버와의 대화에서 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상대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그분은 그냥 OO님 때문에 그러는 것 같던데요."


"왜요?"


"잘 보이려고요."


"네?저한테요? 왜요?"

"OO님이랑 친해지려고 그러시는 거 같고, 그러면서 뭔가 기회를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띵' 했다.
감사하게 생각했던 그 모습들이 우리가 도모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공감과 열정이 아니라 이득을 위한 계산이었다고?
(물론 이 분의 말이 다 맞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나는 생각지못했던 새로운 시선에 놀랐던 것)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좀처럼 하질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친절은 그 사람의 타고난 성격이나 사람 대 사람의 마음, 인간적인 호감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왔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가 잘 통하고, 함께 일하는 과정이 즐겁고… 그렇게 관계가 깊어지는 거라고, 너무도 순진하게 여겨왔던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건 나만의 낭만이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관계도, 호의도, 노력도 아무런 목적없이 이루어지진 않는다는 것.

결국 그 과정이 연결되어 '기회'가 되고 누군가는,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애쓴는 것.

이 대화 후, 오른 장면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 협업했던 분을 오랜만에 만났던 날이 있었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좀 험블해진 느낌이에요."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예전엔 어땠는데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딘지 모르게 벽이 있었고, 항상 '갑' 같았어요."

그 말 역시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내가? 갑?
내가 언제 '갑'이었을까?
항상 무언가를 부탁하고, 요청하고, 미안해하며 일했던 내가?

그는 말했다.
"OO님은 항상 아쉬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여요. 그래서 좀 차가웠고요."

나는 그 말이, 그 시선이 낯설었다. 내가 그랬었나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나의 어떤 모습이 그랬나 싶었다.
내가 보여주는 '여유'가 누군가에겐 '우월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
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거리’가, 상대에겐 ‘벽’으로 보였다는 것.
그 모든 해석은 내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가끔, 나는 그런 말들에 당황한다.
내가 알지 못한 나에 대해, 누군가가 말해줄 때.

그건 진실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두 가지가 동시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나의 일부가 그렇게 보였고, 상대의 마음도 그렇게 느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말해줬다.
"지금은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아마도 그땐 어려서, 서툴러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냥 뭘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변명아닌 변명을 했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나에게 아쉬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가 변한 걸까?
그 둘 모두일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우리를 다르게 만든 걸까?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나에 대한 호의나 상대의 열정을 마냥 순수하게 느끼진 못할 것 같다.


그런 모습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의도를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역시 그러한 생각에 부응해야할테니까.


사람의 마음도, 관계도, 상황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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