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유치한 생색내기를 하곤 한다. 어떤 마음으로 생색을 내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한 일을 인정받고 싶은 단순한 마음일지도,
아니면 아직은 너그러운 마음이 부족한 어린 마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유치한 생색이 고양이들에게 향하기도 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길을 걷다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추운 겨울날이나 비 내리는 날, 길고양이들을 마주치면 애잔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그 애잔함이 이상하게 변해버려서는 괜히 P, J, D에게 내는 나의 생색이 되었다.
"오면서 길고양이들 봤는데, 니들은 아빠 때문에 행복한 줄 알아! 때 되면 밥 줘, 알아서 물 채워줘,
이렇게 예뻐하기까지 해 줘, 니들이 부족한 게 뭐가 있니?"
나름 좋다는 습식사료나 간식을 사줬는데도 입맛에 안 맞는지 안 먹거나,
건강검진받으러 가려는데 캐리어에 안 들어가려도 안간힘을 쓰는 녀석들을 보면
그놈의 생색이 또 나오곤 했다.
"야, 이게 얼만지 알아? 다른 고양이들은 이런 거 주면 정신 못 차리고 먹을 텐데..."
"어휴, 진짜. 니들 건강하라고 병원 가는 거야! 고마운지 모르고 이렇게 띵깡을 부리고 있어..."
그렇게 건방지게, 내가 P, J, D에게 한없이 베풀면서 지내는 줄 알았다.
배가 고픈지, 아니면 심심한지 고양이들이 뽀짝 뽀짝 다가올 때가 있다.
쫄래쫄래 따라오기도 하고, 무릎에 머리를 부비기도 하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발라당 눕기도 한다.
그렇게 애교를 부리는 애들을 좀 챙겨주면 좋으련만,
별 것도 아닌 일에 바쁜 척을 하며 외면한다.
그리고는 내 할 일이 다 끝나면 그때서야 내가 먼저 애들을 찾는다.
애들은 이미 저 쪽에서 몸을 돌돌 말고 꿀잠을 자고 있다.
굳이 자는 녀석들에게 가서 쓰다듬으면서 잠을 깨운다. 그러면 애들은 나에게 골골송을 들려준다.
그렇게 자기들을 찾을 때 바쁜 척하던 내가, 자기들 자고 있을 때 와서 귀찮게 쓰다듬는데도
애들은 나에게 골골송을 보낸다. 살짝 뜬 눈빛으로, 귓가에 울리는 골골송으로 애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응? 왔네? 아까 좀 바쁜 것 같더니, 이제 좀 쉬나 보네?
내가 골골송 불러주면 아빠가 좋아하니까, 한번 들려줄게! 이제 나 쓰다듬으면서 좀 쉬어~"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나 좋자고
P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따뜻한 냄새를 맡으려고 P의 몸에 얼굴을 파묻기도 하고,
촉촉해진 핑크빛 J의 코가 예쁘다며 J의 얼굴을 감싸 쥐고 내 코를 갖다 대기도 했고,
내 무릎에 D를 앉혀놓고 한동안 쓰담쓰담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애들은 나처럼 바쁜 척 안 하고 받아줬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P, J, D에게 뭔가 해주고 있던 게 아니라
P, J, D가 나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