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eIssue May 11. 2020

꽃냥이

  집에 화분이나 꽃병이 두지 않았다.

  식물을 별로 안 좋아하거나, 키우기 힘들어해서는 아니었다. 고양이 셋이 사는 집이라 보니 혹시라도 화분을 엎을까, 혹시라도 꽃병을 깨뜨릴까 하는 마음에 놔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한 번은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캣글라스를 심어봤다. 얼마 안 돼서 싹이 나고 쑥쑥 자랐다. P, J, D도 캣글라스에 관심을 가졌다. 다가가서 냄새도 맡아보고, 냥냥냥 씹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심어주길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시간이 좀 지나고 경계의 시간이 지났는지, 우리 집 공식 깡패인 D가 캣글라스를 물어 뿌리째 뽑아놓기 시작했다. 힘 없이 뽑힌 캣글라스며, 바닥에 흩뿌려진 흙이며, 자라는 캣글라스보다 떨어져 나가는 캣글라스가 많았다. 그 후론 캣 글라스를 심지 않았다.


  선물 받은 선인장을 책상에 올려둔 적도 있었다. 그러자 이 녀석들이 궁금한 지, 선인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괜히 저러다가 가시에 찔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선인장도 고양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 화분을 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얼마 전, 집에 꽃바구니 하나가 들어올 일이 생겼다.

  탁자 위에 올려둔 꽃바구니를 보더니 고양이들이 기웃거리고, 향기도 맡아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꽃을 물어뜯거나, 손으로 톡톡 건드려 바구니를 밀면 어쩌나 하고 잠깐 바라봤다. 다행히 걱정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얌전히 향기만 맡아보거나, 꽃바구니 옆에 다소곳이 서서 포즈를 잡았다. 특히 말썽꾸러기인 줄만 알았던 D가 꽃바구니 옆에 자주 다가가 있었다. 

  꽃을 좋아하나? 의외의 모습이었다.


  고양이와 꽃. 

  예쁜 것들이 같이 있으니까 며칠 동안 탁자 위가 너무 보기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받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