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를 처음 봤을 때, P는 5살이었다.
성묘일 때 만나서 함께 살고 있지만
성격도 순둥순둥 하고, 예쁜 짓만 골라하는 녀석이라
내게는 어느 어린 고양이보다도 사랑스러운 아이다.
처음 P를 만났을 때, 첫인상은 '크다'였다.
먹성도 좋아서 사료를 주면은 냥냥냥 거리면서 잘 먹었고,
안아 들면 묵직함이 느껴졌다.
큰 덩치와는 다르게 아기자기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반전 매력도 가지고 있었다.
P를 안는 건 내게 매일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문득 안아 올린 P가 많이 가벼워졌다고 느껴졌다.
괜스레 가슴이 찡했다. 한동안 꼭 안고 있었다.
함께 한 시간도 5년, 이제 P도 10살이다. 고양이로 치면 적지 않은 나이이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먹지도 않고, 자는 시간도 많은 듯하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P의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의 고양이들과 지내다 보니
이 녀석들이 없는 시간이 내게도 언젠간 올 것임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도 찡한 건 어쩔 수 없다.
P가 오래오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P가 오래오래 내 곁에 건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P가 오래오래 내 곁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P.S
이상하게 남들은 여전히 P를 보고 크고, 묵직하다 한다.
엄마가 날 보면 살 빠졌다고 하는 그런 심리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