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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Issue Nov 05. 2020

애기가 태어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할꺼야?

  괜시리 조심스러운 마음에 처음부터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리진 않았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거부터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내년에 아빠가 된다며 말을 하고 다닌다. 좋은 소식인 만큼 말을 들은 친구나 지인들은 하나같이 축하를 해준다. 이미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보도 주고 이런저런 꿀팁을 알려주기도 했고, 아직 결혼도 안한 친구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궁금해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말로 축하를 받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많은 축하와 응원에 섞여 한 번씩 이 질물을 받곤 한다. 


  "그러면, 애기 태어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할꺼야?"


  뭘 어쩌긴 어째, 당연히 계속 나랑 사는거지!

  이상한 질문에 항상 속으로 이렇게 대답해줬다.



  사람들마다 각자 갖고 있는 시그니쳐 이미지가 있는 듯 하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집에만 있는 사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을 때, 각자가 가진 시그니쳐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각자에게 묻는 시그니쳐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직도 운동 꾸준히 해?"

  "요즘도 돈을 그렇게 잘 번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얼마만에 집 밖으로 나온거야?"

  이렇게 말이다.


  내 시그니쳐 이미지 중 하나는 고양이였을 것이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들, 아마 고양이 세마리와 함께 사는 사람이 그렇게 흔치는 않을테니 내와 고양이가 링크가 되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내게 고양이에 대해 자주 묻곤 했다.

  "고양이들 잘 있어?"

  "고양이 사진 또 귀여운 거 없냐?"

  이렇게 말이다.



  이런 고양이에 관한 시그니쳐 질문들이 내년에 아빠가 된다는 출산소식과 합쳐져서는 애기가 태어나면 고양이는 어떻게 할꺼냐는 이상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대답은 늘 한결같다.

  "당연히 계속 같이 살지."

  

  나로써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다. 그냥 반려동물을 안 키우는 사람들이라 생각이 아예 달라서 하는 소리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다시 생각해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걱정에 나온 말이겠지만 여전히 아기가 태어나는 집에 고양이가 문제될거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수의사도 아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고양이가 셋이나 있는 집이 아이가 자라는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똑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다. 알레르기가 어떻고, 세균이 어떻고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아는 것도 없다. 


  그치만 우리 세 고양이랑 태어날 아기가 어떤 문제도 없을꺼라고 믿는다. 아이는 당연히 건강할 것이고, 고양이들도 새로운 애기 집사를 좋아할꺼라고 믿는다. 나 말도고 많은 집사님들이 전혀 문제없이 고양이들과 육아를 함께 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잘 해나갈거라고 믿는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지금보다 더 청소기를 자주 돌리고, 집안 환기를 열심히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치우고 닦는 일이다.


  넷째가 태어난다고 첫째, 둘째, 셋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부모님은 아마 세상 어디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가족이 늘면 좋은 일도 늘거라고 확신 중이다.

  내년에 우리집 4형제(?)가 잘 지낼지 성급한 걱정은 아무도 안 해줘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내 새끼들 다 행복할 수 있게 뭐든지 해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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