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eIssue Dec 06. 2020

누구 고양이 털 안 빠지는 법 발명 좀 해주실 분?

  부쩍 차가워진 날씨에 겨울옷을 찾는다. 매년 겨울이면 입던 올블랙 플리스 자켓이다. 요즘 부쩍이나 유행을 타고 있는 비싸고 세련된 플리스 소재의 옷은 아니다. 그냥 쌀쌀한 날씨에 집 앞 마트나 동네 나다닐 때 편하게 입으려고 싼 값에 장만한 옷이다. 이제 그 까만 옷을 꺼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서 옷을 찾았다. 그렇게 찾은 옷을 보고 살짝 놀라 멈칫한다. 분명 전체가 새까만 옷이어야 하는데 옷 여기저기에 색이 들어있다. 노란색, 흰색, 갈색. 그리고는 작게 실소가 나온다. 옷 여기저기에 고양이 털이 붙어있는 것이었다.

  고양이 세 마리가 사는 집. 옷에 고양이 털이 붙어 있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고양이들이 드레스룸이나 옷장에는 얼씬도 못하게는 하지만 그렇다고 옷에 털이 안 붙는 건 아니다. 옷을 입고 집에서 왔다 갔다 하는 동안이나 빨래나 건조하는 동안 붙기도 할 것이다. 한 번씩은 옷장이나 드레스룸으로 고양이들이 들어올 때도 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살금살금 다가와 순식간에 돌진해 들어간다. 그리고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마냥 요리조리 둘러보기도 하고, 옷들 사이로 파고들어 숨기도 한다. 우리 집에선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옷에 고양이 털이 붙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1년 정도, 내 까만 플리스 자켓에도 우리 고양이들 털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던 것이다.

  롤 테이프, 일명 돌돌이 테이프로 옷에 붙은 털을 떼기 시작한다. 어째, 옷을 찾는 데 걸린 시간보다 찾고 나서 고양이 털 떼는 시간이 더 걸린다.





  세상 모든 것이 좋은 점이 있으면 아쉬운 점도 있기 마련이고, 오르막이 있으면 당연히 내리막이 있다.

  온갖 좋은 수식어는 다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우리 고양이들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쉴 틈 없이 빠지는 고양이 털들이다.


  소파에 털들을 치우고 나면 테이블 위에 털들이 눈에 띄고, 테이블을 치우고 나면 또 저기 바닥에 털들이 눈에 거슬린다. 치우고 뒤돌았다 다시 보면 또 보이기까지 한다. 

  한 번씩은 유독 털이 많이 빠지는 시기가 있다. 아내와 나는 그 시기를 '털뿜뿜 시즌'이라고 부른다. 

  이 '털뿜뿜 시즌'은 더 가관이다. 햇살이 비친 거실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첫째가 뒷발을 가만히 들고 자기 목 주변을 살살살 긁는다. 뒷발의 움직임에 맞춰 무슨 바람 쌩쌩부는 늦가을에 낙엽 떨어지듯이 노란 첫째의 털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진다. 추풍낙엽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인가 싶다. 햇빛에 비춰 떨어지는 털들을 보면 내 눈물도 뚝뚝뚝 같이 떨어진다.

  이놈의 털과의 전쟁은 세 고양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쩌면 내게 떨어진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고양이 털 빠짐이나 털 날림은 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집사의 공통된 고민거리이기도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자주 했던 말이 있다. 고양이 털이 안 빠지게 하는 약이 발명되면 초 대박이 날 거라고. 

  고양이와 같이 사는 모든 이들의 고민을 한방에 정리함과 동시에 고양이들이 더 사랑받을 수 있는 대단한 발명. 장담컨대 노벨 생리의학상은 물론이고, 노벨 평화상까지 노려볼만한 발명이 아닐까 한다. 




  우리 집은 하루에 한 번씩 로봇청소기가 돌아가고, 주말이면 빠짐없이 내 손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청소기도 성능 좋은 무선청소기가 필수고, 다양한 모양의 청소기 헤드도 하나 빠짐없이 다 알차게도 쓰고 있다. 또 다이소에만 가면 늘 일회용 롤 테이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게 다 고양이 녀석들이 뿌리고 다니는 털 덕분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아마 우리 고양이들에게 받는 달콤한 힐링의 대가가 끝없이 이어지는 털 청소가 아닌가 싶다. 고양이에 취해 나도 모르게 악마와 거래를 해버렸나 보다.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지구 반대편의 실시간 영상도 보는 세상에 고양이 털 안 빠지는 약 하나 못 만들겠냐고 농담을 했더니, 한 번은 아내가 갑자기 다큐로 받은 적이 있다. 고양이들도 묵은 털이 빠져야 청결도 유지하고 체온관리도 될 거 아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고양이들이 나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 테고,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좀 귀찮긴 해도 청소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씩은 진짜 부럽기도 하다. 저렇게 털이 많이 빠졌는데도, 아직까지 저렇게 털이 빽빽할 수가 있나 하고 말이다. 내 머리카락도 안 그렇던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범백도, 비만세포종도 이겨낸 고양이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