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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Issue Dec 14. 2020

고양이 이야기를 글에 담기 시작한 이유

  1, 2주 전이 수능시험이었다. 매년 수능시험 날 즈음이면 수능과 관련된 뉴스며 기사들이 쏟아진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 시국에 치러진 수능이라 방역과 안전까지 신경 써야 해 유독 더 많은 뉴스들을 접했던 것 같다. 뉴스랑 기사뿐 아니라, 길거리 빵집에 붙은 수험생들 응원문구나 가로수 사이에 걸린 헬스장이나 피부과의 수험생 대상 할인 플래카드까지, 수능은 모르고 지나치기도 힘들듯 같다.

  언제 수능을 봤는지 기억도 못하고, 수능이랑 하나 관련이 없어도 매년 이렇게 수능 소식은 듣고 있다. 


  특이점이 있다면, 매년 수능 소식을 들을 때쯤이면 올 일 년도 다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첫눈이 오는 날, 12월 31일 등 일 년 마무리한다는 기분이 드는 날이 많이 있을 텐데 내게 지난 일 년을 다시 한번 돌이키게 끔 하는 날은 별다른 이유 없이 굳이 수능 즈음이었다.


  그렇게 수능 소식을 듣고는 또 어영부영 일 년이 가는구나 싶다. 괜히 또 뭔가 아쉽다. 시간 지나는 게, 계절 지나는 게 가장 아쉽다는 말을 이젠 조금씩 공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 지나는 게 아쉬운 이유가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서는 아닐까 싶다.

  상황이 달라져 쉬 할 수 있던 일이 줄고, 다시 태어나도 재밌을 것 같던 것들이 이젠 시큰둥 해지고, 평생을 친하게 지낼 것 같던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기도 한다. 그냥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 시간 흐르는 것이 야속해지는 것 같다.



  한 번씩은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서 하나둘씩 스쳐 지가는 여러 것들 가운데 우리 고양이들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내 삶에 짙은 여운을 남기고 스쳐 지나가겠구나 하고 말이다.





  고양이들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를 해봐, 고양이 사진 예쁘게 찍어서 블로그를 한 번 해봐. 


  모두가 한 번쯤 유튜버나 블로거를 꿈꾸는 세상에서 내가 여러 번 들었던 말이다. 실제로도 유튜브나 블로그에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가 많은 터라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지만 결국은 하지 못했다. 못한 이유야 내 능력 부족과 게으름이 가장 크겠지만 다른 핑계 하나를 대보자면 사진과 영상으로는 오롯이 우리 고양이들을 다 담을 수 없었던 탓도 있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총총총 다가와 소파로 폴짝 뛰어올라오더니 내 허벅지에 풀썩 기대 눕고 주먹을 냘름냘름 몇 번 그루밍하다 날 빤히 올려다보는 막내의 눈에 담긴 따뜻함이,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왔다 갔다 하는 차들에 시선을 맞춰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고 있는 첫째의 뒤통수에 뭍은 사랑스러움이, 아무리 잘 찍어도 사진이랑 영상에는 담기질 않았다.

  그렇게 뭔지 모르게 부족한 사진이 아쉬워 블로그나 유튜브는 생각도 않고 그냥 고양이들을 보기만 했고, 쓰다듬기만 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자랑하지 않아도 그것만으로 내겐 충분하기도 했던 것 같다.


  블로그도, 유튜브도 마다하다가 이제와 고양이들 이야기를 글에 담기 시작한 이유는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성큼성큼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서이다. 이 시간들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두지 않고 조금이라도 붙잡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어디 내놓기엔 부끄러운 글솜씨로 쓴 글이니 누가 찾을만한 글도 아닐 테지만 그래도 괜찮다. 철지난 일기를 다시 읽는 것 마냥 나중에라도 내가 볼 수 있는 글이면 족할 듯하다. 그저 우리 첫째, 둘째, 막내의 작은 사진 몇 장과 이 녀석들과 있던 소소한 일상을 나중에라도 떠올릴 수 있는 작은 글들을 장만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 산 고양이들 간식들 사이에 끼어있던 광고지에 '21살까지 건강하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세 고양이의 집사에겐 읽기만 해도 뿌듯한 문구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고양이들이 오래오래 살아야 21년이란 소리이기도 하다. 고양이 평균수명이 보통 13~18년 정도라고 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살아온 첫째, 둘째는 어쩌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 내 삶에서도 지금의 세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차근차근 보내주어야 할 준비도 조금씩 해놔야 할 때이지 싶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방법을 마련해놔야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난 그 준비를 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서 해보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스치고, 그렇게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할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세 고양이 모습도 마찬가지일 테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그리워만 하기도 싫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놈들의 소중함을 온전히 담기에 한없이 부족한 글 솜씨와 하찮은 사진 찍기 실력이지만 이렇게라도 나와 첫째, 둘째, 막내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나 혼자서라도 나중에 들춰보고 다시금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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