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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모는 훌륭한 관리자다.

by 김응석

대학 신입생 때 서울시청 옆에 있는 마당 세실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었다. 2차원 공간의 영화보다는 동일한 3차원 공간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다른 삶을 이야기해 주는 무대가 정말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누군가 이야기했던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명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나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연기자 모두는 혼신의 노력을 다한 후 무대 위에 오른다. 과연 인생은 그런 기회가 있을까? 누구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연기자이지만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준비를 충분히 한 다음 인생이라는 무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서 변화되는 책임과 역할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삶에서 주어지는 역할의 변화 즉, 배우자, 부모로서의 모습은 누군가로부터 사전에 교육을 받거나 나 스스로도 충분히 연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아이를 보고 안았을 때 느꼈던 '부모'라는 단어의 무게감과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는 초보 부모로서의 다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움직이지도 못했던 아기가 배밀기를 시작하면서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부터 아기는 세상을 향한 막강한 호기심으로 생각보다는 행동을 먼저 하게 되고 자칫 잘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부터 부모는 관리자 모드로 변신을 시작한다. 아기가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생각해 보고 그 위험을 없애기 위해 집안을 아기에게 안전하게 변신시킨다. 장은 넘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책상이나 탁자 모서리에 안전하게 쿠션을 설치하며 전기 코드 구멍은 안전하게 막고, 여닫이 문은 갑작스럽게 닫히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들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사소한 사고를 당하면 어른들로부터 "부모가 되어서 그것도 막지 못했니"라는 티박도 받는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모와 말다툼이 잦아지는 모습을 보았다. 말다툼의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지금에서야 깨닫는 면이 있다. 부모는 자식의 미래 모습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지금 현재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식하지 말아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책을 읽어라, 공부를 해라 라는 부모들의 일반적인 말씀들은 자식의 미래가 보다 더 건강하고 안정적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듣는 자식들은 지금 친구들과 놀이, 지금 보다 더 자고 싶은 잠등 지금이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관점 차이가 이러한 다툼이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하기야 나도 성장하면서 그랬을 텐데 내 자식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원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자식들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기가 되면서부터 부모와 자식은 친구가 된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부모의 시각과 자식의 시각이 직각이었다면, 어느 시기부터는 예각으로 변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사회라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부모라는 비닐하우스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관점의 각도가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멋진 청년으로서 진지하게 조언을 구해온다. 소주 한 잔의 의미와 함께...


부모는 늘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Risk를 본다. 그래서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눈에는 아이가 되는 것일 게다.


결국, 부모는 평생 자식에게 있어서 훌륭한 관리자다. 이를 결코 잊지 않는 관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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