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격-타고난다? 만들어진다?

by 김응석

요즘 MBTI가 열풍이다.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것만큼 "나"와 "타인"에 대한 성격을 파악하는 것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사일 것이다.

그러면 성격은 왜 파악하려고 할까?

내가 처음 MBTI를 접한 것은 1990년 중반이었다. 회사에서는 Project를 시작할 때 꼭 "Team Building"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했다. 2가지의 T 즉 시간(Time)과 목표(Target)가 정해져 있는 Project의 성공을 위해서는 팀원들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때 활동했던 것 중의 하나가 멤버들의 성격을 알아보는 MBTI 테스트였다. 멤버들 간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통하는 팀"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물론 테스트 전에 조하리의 창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면서...


성격은 무엇일까? 어떻게 한 사람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방법 중이 하나가 특성(Trait)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격을 설명하는 것이다. MBTI도 이런 접근방법의 하나이다. 4가지의 특성(에너지의 방향, 인식방식, 결정기준, 판단방식)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MBTI를 약간의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측정하는 순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한 번의 테스트로 본인과 상대방에 대한 성격을 규정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MBTI의 관점은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다"에 조금 더 무게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에 TV에서 일란성쌍둥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헤어져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을 한 다음 두 사람의 성격을 확인했을 때 많은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프로가 생각이 났다. 따라서, 사람의 성격은 살아온 방식, 경험등의 환경적 요인에 분명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듦에 따라 성격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되었다. 여러 사람을 평생 추적하면서 나이의 변화에 따라 성격이 어떤 변화가 있는 지를 연구하였다. (과연 미국이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인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이 연구를 Big Five 모델이라고 하고 특성(Trait)에 기반하고 진행하였다. MBTI와는 달리 5가지의 특성을 정의하고 나이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였다. 각각의 특성과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개방성(Openness to New Information / Experience) - 유전율이 45~60% 정도

- 새로운 지식 경험에 대한 수용 정도

-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음. --> 왜 꼰대가 되는지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2. 성실성(Conscientiousness) - 45~50% 정도

- 말 그대로 "책임감, 신뢰성"에 대한 특징

- 나이보다는 교육 및 환경요소가 더 중요함 -->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3. 외향성(Extraversion) - 유전율 50~60%

- MBTI의 에너지의 방향. 사교성과 활동성을 파악하는 특징

- 타고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음 --> 내성적/외향적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구나

4. 우호성(Aggreeableness) - 유전율 35~50%

-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나타내는 특성

- 성실성과 비슷하게 환경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 --> 사회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구나.

5. 신경질적 성향(Neuroticism) - 유전율 40~55%

- 정서적인 불안정성과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 - 유전율 40~55%

- 어린 시적의 경험 및 주위 환경이 악화시킬 수 있음. -->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님들 힘내세요. 시간이 도움을 줍니다.


Big Five 모델의 5가지 특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나이 듦에 따라 일반화하면 성격의 변화를 이렇게 그려볼 수 있었다.

- 개방성은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에 가장 크게 나타났으면 이후로는 점점 낮아진다.

- 성실성은 청소년기에는 낮다가 중년이 될 때까지 꾸준하게 증가한다.

- 외향성은 20대까지 상승하다가 완만하게 하락한다.

- 우호성은 10대에 낮은 수준에서 출발하여 노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 신경질적 성향은 10대에 제일 높은 수준이며 중년 이후 낮아져서 안정적으로 변한다.


유튜브의 폐해중의 하나가 "시간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을 박탈해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가까운 영화를 10여 분 만에 줄여주고, 20편이 넘은 드라마 시리즈 또한 줄이고 이제는 쇼츠(Shorts)가 유행을 하고 있다. 쇼츠 다음은 무엇일까?

그러다 보니 "관계"또한 순간에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통해 익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느림의 미학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MBTI라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순간의 빠른 결정은 숨겨져 있는 보석들을 놓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으로 성격을 설명해 준 Big Five 모델은 부모로서 아이들을 키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중한 팁을 제공해 주었다.


결국 성격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은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싶다. 많은 만남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가 이전에 말도 안 되었던 혈액형별 성격론과 더불어 MBTI를 찾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당장 쇼츠부터 끊어봐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주(四柱)에 대한 소고(小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