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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응석 Dec 10. 2020

세게 어디든 통계는 통증이었다.

- 필립스 중앙 연구소에서...

좀 오래되었던 경험이다.

LG 전자의 Dispaly사업부가 네덜란드 대표적인 회사인 Philips와 합병을 하는 일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필립스와의 인연이 나에게도 다가왔다.

브라운 관을 생산하던 두 회사의 만남은 그동안 서로가 몰랐던 서로의 장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LG 전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방식을 보았던 Philips에서 경영 품질 향상 기법인 6 시그마 교육을

필립스 중앙 연구소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황스러웠고 당혹스러웠다.

한국이 아닌 네덜란드 연구원들을 위해 5일간 교육이라니...


암스테르담을 거쳐서 필립스의 도시인 아인토벤(그 당시, 박 지성 선수와 이 영표 선수가 소속되었던 지역)에

도착을 했다.    필립스의 동상을 보고 주위를 보니 필립스의 도시라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많은 필립스 계열사의 공장들을 볼 수가 있었으니...

하루 8시간씩 5일간의 수업을 시작했다.

연구원들에게 연구 활동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과연 연구원들이 내 강의에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

내가 강의하는 것이  이 연구소에 얼마나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

강의 중에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가?

나름 대표 선수로 필립스 연구소에 왔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차분히

전달했다.

'사람의 겉모습이 다른 것이지 속은 비슷하다.'

진심으로 여러 방법론과 Tool의미와 사례와 함께 현업에서의 활용 방안을 전달하니, 매일매일 교육생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강의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들도 그렇게 재미가 있는 주제가 아닌 내용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일 수 있는 교육이 서로가 소통하는 교육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인들의 연구 과제 속에서 배운 내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교육 중 소개받은 방법론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무적인 Tip은 무엇인지...

서로가 흥미와 함께 진지한 교육을 이어나갔다.

걱정했던 5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금방 지나갔다.

한국에서 온 두 선수의 Play가 좋은 것도 좋은 교육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강의 마지막 날...

마무리를 하려는 데, 진행하는 분이 갑작스럽게 강의 종료 겸 Farewell 파티를 연구소 앞에서 진행하니, 

의무적으로 참석할 필요는 없고 시간 되는 교육생만 참석하면 된다고 안내를 했다.

'20여 명의 교육생 중에서 얼마나 참석할까?'라는 의구심으로 파티 장소인 조그만 맥주집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교육생이 참석을 해서 이번 교육 강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주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커다란 치즈 선물과 함께 교육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내 평생에 통계가 이렇게 재미있었던 것은 이번 교육이 처음이었다."라는 소감을 말이다.

역시 통계는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통증이었나 보다.

복잡한 수식, 잘 와 닿지 않는 용어 등은 그 뒤에 숨어 있는 통계의 효용성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은 어디나 똑같음을 느꼈다.

유럽까지 먼 거리를 가서 쉼 없이 강행한 5일간의 강의였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작은 보람과 뿌듯함이 작은 소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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