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세상은 결코 0과 1로 이뤄지지 않았다

확실함을 사랑하는 뇌의 심리학

by 김응석

1. 우리의 뇌는 '확실함'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날씨를 확인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오늘 비가 올 것인가? 아닌가?"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방송, 앱, 인터넷에서는 ‘강수 확률 40%’라는 숫자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수치를 보는 순간 멈칫합니다.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장화를 신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 지에 대한 그 애매모호함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수풀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저것은 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라고 확률을 계산하는 원시인은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저건 사자다! 도망쳐!"라고 단정 짓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이는 진화심리학의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 EMT)"의 핵심 원리 중 하나입니다. 오류 관리 이론에 따르면,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의 인지 시스템은 두 가지 유형의 오류 중 더 안전한 쪽, 즉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되게 진화했습니다.


원시인이 범할 수 있는 두 가지 오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험한 오류 (Type I Error):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사자였던 경우. 이 오류는 즉각적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덜 위험한 오류 (Type II Error):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을 때 "사자다!"라고 판단하고 도망쳤지만, 실제로는 바람이나 작은 동물이었던 경우. 이 오류는 약간의 에너지 낭비로 그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1장_그림1.png 사자가 나타났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Type I 오류를 피하는 것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Type II 오류를 범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소리의 원인을 사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과대평가하고 즉시 도망치는(저건 사자다!) 인지적 편향을 가진 개체들이 생존에 더 유리했고, 그 유전자가 후대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0(거짓, 실패, 위험)과 1(참, 성공, 안전)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생각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습니다. 이를 우리는 '흑백 논리' 혹은 '이분법적 사고'라고 부릅니다.



2. 100%의 세계는 이론(교과서)에만 존재합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이러한 유전자를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원시 시대의 생활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OX 퀴즈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 투자 : "오늘 내가 산 주식이 오를까?" --> "오늘 가능성이 70%라면 나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 커리어 관리 : "이직하는 것이 좋을까?" --> "이직했을 때 기회비용과 리스크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 인간관계 : "내 상사는 나를 싫어하는 걸까?" --> 내가 어제 한 행동에 대한 반응은 성격 탓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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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0과 1 사이에 무수히 많은 '회색지대(Gray Zone)'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회색 지대를 무시하고 세상을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만 구분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불안에 시달리거나 편향된 과신에 빠질 수 있게 됩니다. 100% 확실한 것을 찾으려다 보니 90%의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1%의 치명적인 위험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3. 확률적 사고: 0과 1 사이를 읽는 힘입니다.


확률적 사고의 첫걸음은 "세상에 100%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은 패배주의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불확실함을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하는 가장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흑백 논리에 갇힌 사람과 확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흑백 논리 사고자: "이번 프로젝트는 무조건 대박이 나야 해. 실패하면 끝장이야."
. 결과: 작은 변수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실패 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 확률적 사고자: "현재 데이터를 볼 때 성공 확률은 60% 정도야. 이를 80%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그리고 만약 실패한다면 어떤 플랜 B를 가동해야 피해를 줄일까?"
. 결과: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힘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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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확실성을 껴안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답을 맞히는 방법'이 아니라, '더 나은 승률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0과 1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감옥에서 나와서 0.01에서 0.99 사이에 있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가능성을 바라보고 이를 우리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던 막연한 불안감은 사실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모호함을 '확률'이라는 숫자로 구체화할 때, 비로소 불확실성은 당신을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당신이 다룰 수 있는 무기가 됩니다.


이제 흑백의 안경을 벗고 진짜 세상의 색깔을 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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