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사고와 삶의 균형
우리의 신체를 공학적으로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몸 전체에서 단 2%를 차지하는 뇌가 전체 에너지의 20~25%를 사용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기관이 모두 뇌보다 아래에 있어서, 음식을 통해 장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려줘야 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신체는 가능한 한 뇌를 사용하지 않도록 진화해 왔고, 어쩌면 게으른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 뇌는 그 특유의 '게으름 유전자'를 발휘하여 불확실한 상황을 빨리 종결짓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신체의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40%라는 확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에이, 설마 오겠어?"라며 임의로 '비가 오지 않음'을 선택하거나, "혹시 모르니 챙기자"며 '비가 옴'으로 빠른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평가할 때도 이 '빠른 결론짓기 본능'이 똑같이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의 결과물을 '운(Luck)'과 '실력(Skill)'의 조합(회색 지대)으로 보지 않고, 둘 중 하나로 몰아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하게 '실력'이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우리나라에 "잘 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생활의 성적표를 객관적으로 해부하여 무엇이 통제 가능한 실력이고 무엇이 통제 불가능한 운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 기제입니다. 어떤 사건의 결과가 좋으면 그 원인을 '나의 능력이나 노력(실력)'으로 돌리고, 결과가 나쁘면 '상황이나 타인(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주말 골프를 떠올려 볼까요? 우리는 버디를 잡으면 "오늘 감이 왔다"며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만, OB가 나면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거나 "뒷 팀이 시끄러웠다"며 핑계를 댑니다.
투자도 이와 똑같습니다. 어떤 투자자가 A라는 종목을 매수했는데, 일주일 만에 30%가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투자자의 뇌는 도파민을 분출하며 이렇게 속삭여 자신감을 고취시킵니다.
"역시 나는 시장을 보는 눈이 있어. 내 분석이 정확했어!"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는 어떤가요?
"이번엔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았어. 연준의 금리 발표가 악재였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라며 자존감을 보호하지요. 이 편향이 위험한 이유는 실패를 외부 탓으로만 돌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피드백 기능을 마비시켜 성장과 발전을 멈추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이기적 편향은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마음의 갑옷' 역할도 하지만, 너무 두꺼워지면 성장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됩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스펙트럼'은 이러한 이기적 편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으로 관찰하고 통제하는 능력'입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판단이 논리적인지 감정적인지를 제3자의 눈으로 내려다보듯 관찰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메타인지는 크게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합니다.
1) 모니터링(Monitoring): 내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이 결과가 실력 때문인지 운 때문인지 스스로 묻는 과정입니다.
2) 컨트롤(Control):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개선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메타인지가 높으면 이기적 편향의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결과가 100% 운이거나 100% 실력인 경우는 드뭅니다.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이 제안한 '운-실력 스펙트럼'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순수 운의 영역: 로또, 룰렛, 슬롯머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0'에 수렴)
운과 실력이 섞인 영역: 주식 투자, 포커, 사업 성공, 입시 결과 (회색 지대)
순수 실력의 영역: 체스, 달리기 경주, 악기 연주 (반복 훈련이 결과를 거의 결정)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일상, 특히 비즈니스와 투자는 '가운데 영역'에 속합니다. 여기서 확률적 사고의 핵심은 결과 값에서 운의 비중을 발라내는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거둔 성과가 운인지 실력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1) "이 결과를 의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가?" (재현성): 한 번의 홈런은 운일 수 있지만, 시즌 내내 3할의 타율을 유지하는 것은 실력입니다. 만약 당신이 거둔 성공을 내일 똑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도했을 때, 비슷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운'의 비중이 컸다는 증거입니다.
2) "일부러 져줄 수 있는가?" (패배의 가능성): 이는 '실력의 역설'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룰렛 게임에서 일부러 돈을 잃으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운의 영역). 하지만 체스 고수는 초보자에게 일부러 져줄 수 있습니다(실력의 영역). 만약 당신이 어떤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나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분야는 당신의 통제하에 있는 '실력'의 영역입니다.
이번 글의 목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다음번에 닥쳐올 불확실성에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성과가 좋을 때는 "실력도 있었지만, 운이 따랐음을 인정하자. 자만하지 말고 리스크 관리를 계속하자."라고 반성하고,
성과가 나쁠 때는 "과정이 옳았다면 결과는 운 때문에 나빴을 수 있다. 좌절하지 말고 프로세스를 점검하자."라며 다음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으면 됩니다.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눈을 갖게 되면, 일시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확률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평온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