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공한 도박

결과론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by 김응석

1. 뇌는 결과를 보고 과거를 조작한다

앞 장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비가 올 확률 40%"라는 예보를 들으면, "혹시 모르니 우산을 챙겨가자"며 마음속 확률을 100%로 고정해 버립니다. 틀리더라도 확실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지나간 일을 평가할 때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결과(Result)를 보고, 그 이전에 있었던 결정(Decision)의 질을 평가하려 듭니다. 즉, 결정을 내리던 당시의 상황이나 과정보다는 '오직 최종 결과'만을 보고 판단함으로써 또 다른 심리적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결과 편향(Outcome Bias)'이라고 부릅니다.

소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냐"라는 사고방식이 바로 결과 편향의 전형입니다. 이 편향은 과정이 엉망이었음에도 운 좋게 성공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고, 올바른 절차를 밟았으나 불운하게 실패한 사람을 무능력자로 낙인찍게 만듭니다.

쉽게 말해, 결과가 좋으면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어"라고 칭송하고, 결과가 나쁘면 "멍청한 짓을 했군"이라며 비난하는 현상이죠. '과정'은 온데간데없고 '결과'만 남는 셈입니다.


2. 성공한 도박은 좋은 투자인가?

결과 편향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하기 위해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비틀거리며 곡예운전을 했지만, 천운이 따라서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자, 결과만 놓고 봅시다. '무사 귀가'라는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하겠다"는 그의 결정도 훌륭한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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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는 그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며, 의사결정 과정 자체는 끔찍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명확한 논리가 일상생활, 특히 투자나 비즈니스 현장으로 넘어오면 흐릿해집니다.

상황 A: 철저한 시장 조사와 리스크 분석을 거쳐 우량주에 투자했지만,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손실을 보았습니다.

상황 B: "옆 팀 김 대리가 좋다더라"라는 소문만 믿고 테마주에 '몰빵'했는데, 다음 날 상한가를 쳐서 큰돈을 벌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상황 A를 '실패한 결정', 상황 B를 '성공한 결정'으로 분류하고 싶어 합니다. 상황 B의 주인공에게는 "투자의 귀재"라는 찬사를, 상황 A의 주인공에게는 "무능하다"는 꼬리표를 붙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확률적 사고의 관점에서 보면 정답은 정반대입니다. 상황 A는 '좋은 프로세스였으나 불운했던 경우'이고, 상황 B는 '나쁜 프로세스였으나 운이 좋았던 경우'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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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정의 품질과 결과를 분리하라

결과 편향에 빠지면 우리는 '복기(復棋)'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운 좋게 얻어걸린 성공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나는 번호를 고르는 탁월한 안목이 있어"라고 믿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성공을 가져다준 그 '나쁜 프로세스'를 다음번에도 반복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운은 영원하지 않기에, 반복된 도박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따라서 확률적 사고를 일상에 적용하려면, 결과와 과정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떤 결정의 좋고 나쁨은 결과가 나온 시점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던 그 순간'에 가지고 있던 정보와 논리가 얼마나 타당했느냐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의사결정 4분면'을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타당한 성공 (Deserved Success): [좋은 과정 + 좋은 결과]
실력과 운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불운한 실패 (Bad Break): [좋은 과정 + 나쁜 결과]
통제 불가능한 불운입니다.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프로세스가 옳았다면 결과를 탓하지 말고
과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멍청한 행운 (Dumb Luck): [나쁜 과정 + 좋은 결과]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이를 실력이라 착각하는 순간, 파멸의 씨앗이 싹틉니다. 경계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인과응보 (Poetic Justice): [나쁜 과정 + 나쁜 결과]
당연한 귀결입니다.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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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멍청한 행운을 경계하라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자만하게 만들고 확률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멍청한 행운'입니다.

결과론의 함정에서 탈출하는 첫걸음은, 결과가 좋더라도 등골이 서늘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잘해서 된 거야, 아니면 단지 운이 좋았던 걸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당신의 확률적 사고는 한 단계 성숙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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