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은 다를 거야'라는 착각

기저율을 무시하지 말자

by 김응석

1. 의사결정의 객관적 기준점, 기저율의 정의와 사례

확률적 사고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개념은 기저율(Base Rate)입니다. 기저율이란 어떤 구체적인 정보가 주어지기 전, 해당 사건이 발생할 객관적이고 기본적인 확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판단에는 이 기초적인 데이터가 배경음처럼 깔려 있습니다.


기저율을 이해하기 위한 일상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영업의 생존율입니다. 통계적으로 신규 카페가 3년 안에 폐업할 확률이 70%라면, 이 70%라는 숫자가 바로 기저율입니다. 우리가 어떤 특별한 원두를 쓰든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시장이라는 전체 집단이 보여주는 기초적인 데이터입니다.


둘째, 건강 검진의 결과 해석입니다. 인구 1,000명당 1명이 걸리는 아주 희귀한 질병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병의 기저율은 0.1%입니다. 만약 검진 장비의 정확도가 99% 일 때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내가 정말로 그 병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직관적으로는 99%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실제 유병률은 생각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처럼 기저율은 개별적인 사건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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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확률적 사고란 결과의 좋고 나쁨에 일희일비하기 전에, 이 기저율이라는 기준점과 비교하여 현재의 결과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발라내는 과정입니다.


2. 나는 통계 바깥에 존재한다는 믿음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거나 큰 비용이 드는 투자를 결정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러한 기저율을 외면합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주식 단타 매매로 꾸준히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가 극소수라고 해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고, 나는 달라. 나는 공부도 많이 했고 남다른 감각이 있으니까."

이것이 바로 기저율 무시의 오류(Base Rate Neglect)입니다. 인간의 뇌는 차가운 통계 수치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스토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뇌가 이토록 숫자에 약하고 사례에 강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인지적 특성 때문입니다.

첫째, 진화적 적응의 결과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데이터가 기록되고 분석된 기간은 극히 짧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맹수의 위치나 먹거리 정보를 생생한 구전 스토리로 전달받으며 생존해 왔습니다. 즉, 생존에 직결된 정보는 수치가 아닌 이야기의 형태로 뇌에 각인되도록 진화했습니다.
둘째, 가용성 휴리스틱 때문입니다. 뇌는 기억하기 쉬운 정보일수록 그것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착각합니다. 추상적인 확률은 시각화하기 어렵지만, TV에 나온 대박 맛집 성공 사례는 뇌 속에 강렬한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 선명한 이미지가 통계적 확률을 압도하여 판단을 지배하게 됩니다.
셋째, 감정의 개입입니다. 통계는 이성을 자극하지만, 스토리는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자극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접할 때 분출되는 도파민 같은 호르몬은 해당 정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며, 감정이 실린 정보를 단순한 사실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것으로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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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부 관점과 외부 관점: 착각 수정하기

확률적 사고의 고수들은 자신의 직감을 믿기 전에 먼저 외부 관점(Outside View)을 취합니다. 나의 열정과 계획에 집중하는 내부 관점을 잠시 접어두고, 나와 비슷한 조건에 있던 타인들의 평균적인 결괏값이 어떠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 창업을 고민할 때 내부 관점에서 시작하면 "내 커피는 맛있으니까"라는 주관적 확신에 빠져 성공 확률을 높게 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지역 카페의 생존율"이라는 기저율(외부 관점)에서 시작하면, 20~30%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일상 사례로 새해 결심을 들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1월 1일에 다이어트나 운동 계획을 세우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내부 관점). 하지만 헬스장 등록 인원 중 3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기저율)을 확인해 보면 그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이 낮은 기저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단순히 의지만 앞세우는 대신 퇴근 경로에 있는 헬스장을 예약하거나 강제적인 환경을 설정하는 등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는 시작점이 됩니다.

이처럼 외부의 숫자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나만은 다를 거야라는 달콤한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승률을 높이는 첫걸음입니다. 기저율을 무시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지도를 보지 않고 정글에 뛰어드는 무모함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4. 기저율을 넘어 다음 단계로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낮은 기저율 앞에서 무조건 포기해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기저율을 알았다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의사결정을 수정할 바탕이 마련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의 아이디어를 빌려 승률을 높일 수 있는 진짜 정보를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무턱대고 "나는 다르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왜 다른지를 확률적으로 증명하고 업데이트해 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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