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의 선택지에 배팅하자
앞선 5장에서는 적은 데이터가 주는 착시에 속지 않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루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손에 쥔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데이터가 아무리 완벽해도, 정작 선택의 순간에 우리의 본능이나 감정이 개입하면 그 모든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정보는 넘쳐나지만, 순간의 기분이나 과거의 단편적인 경험 때문에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직관의 함정을 넘어, 냉철한 숫자로 최적의 선택을 내리는 도구인 기댓값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앞서 소수의 법칙을 통해 '내 친구가 그랬다더라' 식의 카더라 통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모였다고 해서 인간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이 방대한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A 경로가 가장 빠르다'라고 안내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지난주 A 경로에서 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던 운전자는 "이 길은 항상 막혀, 오늘은 B 경로로 가야겠어"라고 직관적으로 판단해 버립니다. 이는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과거의 강렬했던 경험(한 번의 정체)에 뇌가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확률을 있는 그대로 계산하기보다는,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나 '막연한 두려움' 같은 감정적 편향(Bias)에 휘둘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감(Feeling)의 영역에서 계산(Calculation)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나의 느낌이 아니라, 그 선택이 가져올 평균적인 이득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갖추어야 할 데이터 리터러시의 핵심입니다.
복잡한 선택지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바로 기댓값입니다. 기댓값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들의 가중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일상생활로 비유하자면, 야구 선수의 실력을 평가할 때 오늘 한 경기의 성적이 아니라 시즌 전체의 타율이나 출루율을 따지는 것과 같습니다.
기댓값을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댓값 = (확률 성공 X 보상_성공) - (확률_실패 X 손실_실패)
이 공식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기댓값은 '일어날 가능성(확률)'과 '그때 얻게 될 크기(보상 혹은 손실)'를 곱해서 더한 값입니다.
마치 시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오른쪽 끝에 엄청나게 큰 보상(대박)이 놓여 있어도, 그쪽으로 갈 확률(무게)이 깃털처럼 가볍다면 시소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손실의 크기가 작더라도, 발생할 확률이 바위처럼 무겁다면 시소는 손실 쪽으로 확 기울어지게 됩니다.
즉, 기댓값을 계산한다는 것은 막연한 희망이나 두려움 대신, 확률이라는 무게 추를 달아 이 선택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저울질해 보는 과정입니다.
많은 사람이 선택의 기로에서 이게 될까, 안 될까?를 고민하며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힙니다. 하지만 확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질문의 틀을 바꿉니다. 이 선택의 기댓값은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라고 말이죠. 감정은 배제하고 오직 계산된 값이 플러스라면 실행하고, 마이너스라면 기각하는 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의 기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100만 원의 투자 기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투자는 50%의 확률로 300만 원(원금 포함 이익 200만 원)을 돌려받고, 50%의 확률로 원금을 모두 잃는 조건입니다.
일반적인 감에 의존하는 선택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금을 다 날릴 수도 있잖아? 너무 위험해."라는 생각, 즉 손실 회피 심리가 작동하여 투자를 포기합니다. 하지만 기댓값으로 계산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기댓값 = (0.5 X 2,000,000원) - (0.5 X 1,000,000원)
- 기댓값 = 1,000,000원 - 500,000원 = +500,000원
이 선택의 기댓값은 플러스 50만 원입니다. 이는 이 도전을 수없이 반복한다면 당신은 회당 평균 5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당장의 한 번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수학적으로 이 게임은 무조건 참여하는 것이 이득인 게임입니다. 현장에서도 불량 리스크가 있더라도,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과감하게 공정을 변경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때 '떨어지면 시간 낭비 아닐까?'라는 두려움(손실)보다, 합격했을 때 얻을 전문성 인정과 성취감(이익)의 기댓값이 훨씬 크다면, 주말의 휴식을 반납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인생은 단판 승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듯, 우리 삶에서도 기댓값이 높은 선택지를 골라 그 횟수를 누적시켜야 합니다.
기댓값이 플러스인 선택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운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결국 기댓값이라는 실력에 수렴하게 됩니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놓인 선택지는 어떤가요? 막연한 두려움이나 근거 없는 대박의 환상 대신, 차분히 계산기를 두드려보세요. 감정이 아닌 숫자가 가리키는 곳에 당신이 원하는 지속 가능한 성공의 답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