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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in' On Heaven's Door

by 나쵸킬러

시한부 판결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두 남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이들은 병원 식당을 뒤져 레몬 데킬라를 만들어 먹으며 의기투합한다.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했다는 루디를 위해 마틴은 그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천국의 문턱 앞에서 그들은 자유로워진다.


무난하다 싶게 전개되던 영화를 순식간에 걸작으로 끌어 올린 것은 역시 엔딩의 힘이다. 그들이 마침내 도착한 바다는 정녕 천국의 모습이었다. 불덩어리같은 노을이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푸릇한 바다를 보며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뒷 모습은 삽입곡과 함께 영혼의 흔적을 남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라 낭만적인 치유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줄곧 진지하게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 않게 이들의 행적을 다정하게 그려낸다.


또한 마음 뭉클하게 기억되는 장면이 또 하나있다. 마틴의 버킷리스트는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사드리는 것’이다. 언제나 앞서서 과감한 범죄를 저지르는 마틴의 어머니와의 포옹 장면은 불량하게만 보이던 마틴에게 입체적 인물이라는 숨을 불어 넣는다. 영화는 주인공들, 그들을 쫒는 경찰, 악당들 어느 누구라 할지라도 완전한 악인으로 드러나는 이가 없다. 악당들마저 바보같고 천진함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은 물건을 훔치고, 총으로 협박을 일삼으면서도 천국에 가지 못하리라는 걱정은 자리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시한부 인생에 막달았기에 보이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내면까지 바라보면 영화는 줄곧 아이들과 같은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선악의 개념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드러난다.


흔히 일요일보다 금요일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오늘, 현재에 직장과 학교를 나가야 함에도, 내일이 되면 주말이라는 행복한 미래가 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지막 여정을 떠나며 누군가를 탓하거나 절규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국의 문을 두드리기를 겸허이 기대하고 있다. 같은 바다를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를 알고 간 그들의 끝은 그리 외롭지 않았다. 좋은 이와 함께보는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생의 마지막 풍경으로 아주 낭만적이다. 바다향이 그리워지는 영화이다. 영화는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게 한다. 루디는 사이드 미러의 ‘사물이 보이는 것 보다 더 가까이 있습니다.’를 보고 거창한 계획보다는 바다를 보는 것으로 족하자고 말한다.


우리의 삶이 하루, 아니 몇시간뿐이라면 무엇을 버킷리스트로 세워야 할까. 나도 이들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레몬과 소금, 데킬라 한잔이면 퍽 나쁘지 않겠다. 물론 아끼는 이들의 얼굴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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