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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19. 2023

구걸하는 게 아니에요

편견에 부딪을 때

 새내기 거리공연가 시절, 지하철 역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코로나 전에는 이수역, 사당역, 노원역, 선릉역 등 지하철 안에서의 거리공연도 활발했다. 여기는 보수가 없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공연할 수 있고 공연 장비도 지원되기 때문에 가끔 신청하여 공연하곤 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거리공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두 곡 듣고 갈 길을 가곤 한다. 나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께서 서서 오래 들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연주를 마치고, 앰프를 정리하는 내게 차를 사시겠다고 하셨다. 다음 일정이 없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다스한 차를 마주하고 앉았는데, 그분이 말씀하셨다. “학생이죠?” 어머. 동안으로 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는 순간, “학생이니까 담력 연습하려고 나왔지. 안 그러면 이렇게 길거리에서 혼자 연주를 하나?” 하셨다. 학생은 아니고 전업 거리공연자라고 말씀드리니 바로 측은해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어.. 이 눈빛 어디에서 본 적 있다. 대학 어디 갔냐고 물으시는 동네 어른께 재수한다고 말한 순간 보았던 눈빛이다). 뒤이어, 아유 돈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걸 해. 오늘 돈통(팁박스 아니고 돈통)에 돈 얼마나 들어왔어요? 그거 갖고 벌이가 되나. 결혼했어요? 안 했다고? 그럼 부모님이랑 같이 사나? 어유 그나마 다행이네. 혼자 살면 생활비도 안 될 거잖아. 근데 부모님이 어렵게 키워놨는데 이러고 있으니 안타까우시겠다. 아유 내가 지금 현금이 없는데 용돈이라도 좀 줘야겠네. 뭐라도 더 시켜줄까요? 저녁은 먹었어요?


 우르르 들어온 개인적인 질문과 다정한 편견에 당황했다. 이렇게나 확신을 갖고 나를 동정하시니 기대에 부응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 하나 난감하기도 했다. 결국 엉거주춤하게 네네 하고 말았다. 그 친절한 분은 베이글이었나 저녁 될 만한 것을 더 시켜주시곤, 만 원을 쥐어주시고 길이 바쁘다며 먼저 가셨다.


 어지러웠다. 정말 나는 불쌍한 사람인가, 내가 연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가엽게 보는 걸까. 팁박스를 놓는 것은 구걸하는 것인가. 아니 일단 저녁도 해결하고 만 원 더 벌었으니 경사인가. 괜히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 울어버리면 정말 질 것 같았다. 누구에게 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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