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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Jul 23. 2023

요즘 거리공연(버스킹)의 추세

거리공연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드물어요

 거리공연을 시작한 지도 9년이 되었다. 첫 1년은 전업이 아니었고,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벌써 8년차 전업 거리공연자이다. 거의 10년을 여기에 몸담다 보니, 각종 국가적, 세계적인 이슈도 많았고 그때마다 커다란 부침을 경험하곤 한다. 이번 글에서는 요즘 거리공연의 추세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단 ‘지역예술가 우대’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더욱 심해졌다. 그 지역에 산다는 서류를 제출하면 오디션에서 가산점이 붙거나, 아예 그 지역에 사는 예술가만 대상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혹은 그 지역에서 일정 기간 몇 번 공연한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고를 잘 보아야 한다.      


 ‘나이 제한’도 있다. 보통 만 34세 이하나 만 39세 이하 등으로 제한한다. 청년 예술가를 응원한다는 취지인 듯한데, 나도 일단은 청년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 최근 60세 이상 어르신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도 생겼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내가 그 나이에 이를 때까지 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경우에도 공고를 잘 보고 지원하도록 하자.     


 ‘대회 형식’의 공연도 늘어나고 있다. 기본 참가 공연비를 주는 곳도 있지만, 순위에 들어야 ‘상금’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형식이다. 축제 등에서 이 대회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팀이 한두 곡씩 공연하면서도 전체 예산은 크지 않으니 좋다. 그러나 공연자 입장에서는, 리허설을 포함하여 종일 기다리고 긴장감에 바들바들 떨며 공연했는데 공연비를 못 받을 수도 있다. 경쟁의 형식이라는 점도 별로다. 실력보다는 인기 투표가 되기 쉽다. 예술가에게 인기가 중요한 척도이기는 하지만 다른 장르의 공연을 순위 매긴다는 것이 이상하다. 된장찌개가 1등인가 카레가 1등인가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형식의 공연은 웬만하면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실은 거리공연계만큼 매년 변화무쌍한 곳도 드물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제도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없던 것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아무래도 거리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그런 듯하다. 공연비를 받는 공연은 대체로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에도 열심히 적응하며 공연하는 거리공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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