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폰지사기다

공론화위 발표에 대한 반박: 사상 최악의 귀족노동계층의 계층이기주의 비판

요즘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이슈가 뜨겁습니다. 4년 전쯤인가요, 그때도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었고, 의견을 남겨보고 싶어서 브런치 아이디를 이렇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근거자료를 통해서 비판글을 시리즈로 작성해보고 싶었는데, 게으름과 여러 사정때문에 글을 한 편도 못올리고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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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개혁논의는 그때보다 더 구체화된 느낌이 들고, 결국 공은 국회까지 넘어갔습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채택했고, 또 아마 국회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안은 1안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 1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안이 나은지는 차차(또 글을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천성이 게으른지라) 이야기해보도록 하고, 오늘은 제가 글을 쓰게 만들 정도로 최악의 발표를 보여줬던 소득보장론(1안을 지지하셨습니다)의 논리에 대해 하나하나 비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모수개혁 없이 수익률 제고만으로 기금고갈을 막을 수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물론 기금고갈 예측 시나리오에선 실제로 낼 수 있는 수익률보다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설정했고, 또한 국민연금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소득보장론자들의 논리는 이런 부분들을 감안한다면 고갈시기가 너무 빠르게끔 예측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틀렸습니다. 기금고갈 예측에서 보수적으로 설정된 변수만큼이나 낙관적으로 설정된 변수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게 출산율입니다. 현재 통계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출산율 추계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치입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통계청 출산율 예측은 이미 1분기 정도의 데이터를 가지고 예측하는 1년후 데이터를 제외하면 거의 실제 출산율보다 높은 값이 나옵니다. 낙관적으로 예측한다는거죠.

제목 없음.png 합계출산율과 통계청 예측(출처: 통계청)

이렇듯 실제 출산율이 보통 추계치보다 낮다는 것을 반영하면 연금고갈시기는 더 빨라지는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렇듯 보수적으로 추산된 변수가 있다면 낙관적으로 추산된 변수도 존재하고, 그런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연금고갈시기를 예측한 만큼 현재 예측한 2055년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봐도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수개혁 없이 수익률제고만으로 고갈시기를 늦출 수는 있는데, 모수개혁보다는 논의의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신 분이라면, 수익률을 높이면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충관계의 마법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국민연금도 없는 돈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만큼 수익률을 높이면 리스크도 함께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익률 제고에 관한 논의에서는 높아지는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지금도 국민연금은 손실이 나면 언론에서 두드려맞습니다) 고려해야 하고, 또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어 가능한' 변수인 모수(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에 관한 논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50퍼센트가 되어야 노인빈곤을 막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은 있지만 결국 금융상품에 가깝게 설계된 사회보험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많이 벌고 오래 납부한 사람이 많이 받고, 적게 벌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적게 받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은 애초에 노인빈곤층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의 원인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서인것처럼 호도하시는데,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높도록 만든 가장 큰 원인 두가지는 연금 가입기간이 짧고,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모든 노인세대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연금 가입기간이 짧거나 없는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일용직 노동자 출신의 노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기업 노동자로 대표되는 일부 상위노동계층의 계층이기주의를 위한 수단인 것입니다.




3. 2060년쯤이 되면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부과식으로 전환하여 기금 유지가 가능하다?
다운로드.png 2060년의 인구피라미드(출처: 통계청)

이게 안정된 인구구조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무책임한 논리입니다. 베이비붐세대가 사망하는 2060년쯤이 되면 인구구조가 안정화되어 부과식 전환으로 기금 유지가 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낙관적으로 전망된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2060년에 우리나라 노인인구비율이 44.2%, 2070년에 47.5%로 인구구조는 전혀 안정화되지 않고 꾸준히 노인인구비율이 상승하는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노인인구 비율이 이정도면 부과식 연금, 정부의 재정지원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노인을 부양하기 어려워집니다.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료 합치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소득의 60%는 납부해야 소득대체율 50%만큼의 연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국가와 기금이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4. 기술발전, 여성의 노동참여, 노인의 건강과 노동참여 증가로 기금고갈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씩 반박해보겠습니다.


기술발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나라도 함께 기술이 발전합니다. 다른나라보다 더 발전한 것이 아니라면 기금 수익률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출산에 의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술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로 인해 기금 수익이 낮아지거나, 납부자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술발전이라는 낙관적 전망만이 기금고갈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므로 고려할 필요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여성의 노동참여로 인해 기금고갈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지금 당장은 맞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연금을 내는 사람은 늘 테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모두 몇십년 후면 수급자가 됩니다. 오히려 여성의 경우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기 때문에 오히려 기금 재정에는 부담을 주게 됩니다. 보다 자세하게 계산해봐야겠지만, 아마 여성의 노동참여로 인해 기금고갈시점이 1~2년 뒤로 갈 수는 있겠지만 기금 고갈 이후의 재정부담은 오히려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노동참여가 기금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건강해지고 노동참여가 증가한다면 기금안정성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많이 드시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상당 부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건강수명이 전세계 최상위권의 나라입니다. 지금보다 노인이 더 건강해질 가능성은 안타깝지만 그리 높지 않습니다.(의료기술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현대화된 생활습관 등으로 성인병의 위험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청년들은 지금 중장년층보다 수명이 짧을 거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노인의 노동참여 증가는 기금고갈 시기를 늦추는데 도움이 될 변수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과연 이게 유의미한 정도일지는 더 깊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과 연금개혁은 해묵은 논제입니다. 하지만 전 국민중에서 이 논의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경우는 잘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특이한 성격(사회보험이자 금융상품)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선 사회, 정치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만 합니다.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반 시민들의 투표로 정책결정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500명의 시민대표단도 공무원과 정치권의 책임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공론화위 방송을 보며 매우 화가 났습니다. 재정고갈 시기가 언제인지는 그렇게 중요한게 아닌데(고갈시기보단 고갈된다는 현실과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노인부양비가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갈 시기가 너무 빨리 예측됐으니 기금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고, 그것보다는 노인빈곤이 더 문제니까 보장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듣고 있자니 화가 나더군요.


노인 빈곤에 관한 문제는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 빈곤의 원인 중 가장 큰 두가지 축, 연금 가입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과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노인이 빈곤하니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인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실제적이지도 않으며 탁상행정조차도 안되는 계층이기주의자의 궤변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은 폰지사기다."

지난 5년간 국민연금과 관련된 기사, 보도자료, 관련 논문과 통계자료 등을 열심히 읽어보던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극단주의자들처럼 지금까지 낸 연금을 모두 돌려주고 없던 것으로 하자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유지되거나, 보험료율은 찔끔 올리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등의 개악을 하지 않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는 한 20대의 끝물..을 달리는 청년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어 글을 적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 나온 교수님들이나 시민단체, 연구원분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셨습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연금 재정이 고갈되더라도 상관이 없으신 분들입니다. 죽은 이후의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이분들은 연금재정이 안정화되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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