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발 받침대가 있어서
“내가 좋아? 송이가 좋아?”
열 살 재민이는 질투심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질투의 대상은 송이가 되었다가 내가 되었다가 했다.
“엄마 혼자서 마트 다녀오지 마!”
“왜?”
“송이의 반김을 혼자서 받잖아.”
아닌 게 아니라,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올 때 송이가 현관에서 폴짝거리며 꼬리를 흔들면 짜증도 피로도 다 녹아 사라졌다.
나는 한팔로 송이를 안고 손으로는 송이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을 즐겼다. TV를 보거나 대화를 하느라 고개를 돌리면 송이가 자기를 봐달라며 앞발을 모은 채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 송이 손 세모했네. 아고, 귀여워.”
재민이는 말했다. 우리는 송이가 앞발을 세모 모양으로 만드는 게 보고 싶어서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송이는 재민이보다 주로 나한테 와서 안겼다. 재민이보다 몸집이 큰 내가 송이를 더 안정감 있게 안을 터였다. 그런데 재민이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엄마는 좋겠다. 송이 발 받침대가 있어서.”
“응? 발 받침대?”
나는 무릎을 세운 채 옷장에 기대어 앉아 송이를 안고 있었고, 송이는 앞발을 내 가슴 위에 편안하게 올리고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어, 엄마는 발 받침대가 있으니까 송이가 자꾸 안기잖아.”
“으하하하하. 야, 너는 뭐, 송이가 발 올려놓기 편해서 엄마한테 안긴다는 거야?”
“맞잖아. 아휴, 나도 발 받침대가 있으면 좋겠다.”
가슴이 나온 깡마른 남자아이라. 얼른 고개를 흔들어 상상을 물리쳤다.
재민이는 어린 동생을 대하듯 송이를 대했다.
“우리 송이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뻐요? 응? 오빠를 닮아서 그렇다고?”
내가 송이에게 하는 칭찬을 홀라당 가로채기도 했다. 나는 송이와 눈이 마주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애기, 아이고, 예뻐.”
내가 말하면 냉큼 “나도 알아.” 하거나 “어, 고마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송이는 돌봐야 할 작고 여린 생명체지만 재민이와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랗고 묵직한 존재였다.
지금도 그렇다.